신동빈 회장의 ‘읍참마속’으로 영원한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2선으로 퇴진하고,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새 롯데지주 대표로 이동한 롯데지주 파격 인사가 13일로 어느덧 한 달을 맞았다.

지난 8월 1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인사 이후 롯데지주는 이동우 대표(사장) 체제를 빠르게 안정화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롯데지주의 전략·기획 총괄을 맡은 이동우 대표는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 후 기획·영업·재무 등 유통 분야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 대표는 2012년 롯데월드 대표, 2015년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맡아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던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지내면서 옴니스토어와 메가스토어 등 오프라인의 단점을 보강하고, 장점을 부각한 새로운 컨셉트의 매장 구성을 통해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점이 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유통분야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롯데의 구원투수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우 대표 취임 후 롯데지주는 후속 인사를 통해 70년대 생 ‘영 파워’들을 경영혁신실의 핵심 팀장에 임명하며 변화를 가속화했다. 그룹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게 될 경영혁신실은 기존 경영전략실에서 축소 개편된 조직이다. 4팀 체제에서 2팀 체제로 축소된 반면, 각 BU(사업부) 및 계열사 관리 업무에서 벗어나 순전히 신사업 발굴 및 M&A 기획 업무 등을 전담하게 됐다. 이훈기 전무(전 롯데렌탈 대표)가 실장으로 임명돼 이 업무를 총괄한다.

이 두 개의 핵심 팀장으로 임명된 사람은 김승욱(46)·서승욱(43) 상무보다. 두 팀장 모두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금융권을 거쳐 롯데에 영입된 인사다. 김승욱 팀장은 뉴욕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이동우 대표가 롯데월드 대표를 지낼 때 임원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서승욱 팀장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을 나온 M&A 전문가이자 롯데지주 최연소 팀장이다.

이렇게 젊어지고, 슬림화된 조직 체계를 갖춘 롯데지주는 최근 지주 출범시 가져왔던 해외법인을 다시 계열사에 매각하면서 본격적으로 군살 제거와 지주 업무 재정립에 나섰다.

지난 10일 롯데지주는 ‘필리핀 펩시(Pepsi-Cola Products Philippines Inc)’와 ‘롯데주류 일본법인(Lotte Liquor Japan Co., Ltd.)’ 등 해외법인 2곳을 총 919억원에 롯데칠성음료에 재매각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을 나눠 투자부문을 지주가 담당했던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관련 “해외 사업법인은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 계열사(롯데칠성음료)가 맞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두 개의 해외법인을 재매각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추가 매각이 있을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지주는 이번 매각 대금을 롯데칠성음료 지분으로 받게 돼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지주는 8월에도 기존 음료 및 주류 계열사였던 롯데음료 미국법인, 싱가포르 롯데음료 홀딩스, 낙천주업유한공사, 엠제이에이와인 등 총 4개사 지분 100%를 105억원에 현금 매각한 바 있다.

이동우 대표 취임 이후 1개월 만에 이뤄진 잇단 해외 사업법인 매각은 롯데지주의 향후 방향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계열사에는 소유와 운영을 일원화 해 좀 더 스피드를 높인 경영을 유도하고, 지주는 슬림화된 모습으로 그룹 전체 새 먹거리를 고민하는 역할에 좀 더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던진 ‘위드 코로나 시대’ 화두를 이동우 대표가 구원투수로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