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기관리 전문가 허민회 CJ ENM 대표, 실적 부진과 ‘프듀 사건’으로 거취 관심
허 대표, 이재현 회장의 ‘오른팔’ 평가... 계열사 관리 위해 지주사 복귀 가능성도 점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인사 고민이 CJ그룹 최대 행사인 CJ컵 기간 중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PGA 투어 ‘THE CJ CUP(이하 CJ컵)’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에 열렸던 제주도 대신 미국에서 무관중으로 개최된다.
과거 CJ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CJ그룹의 위상을 높이고, 평소 미디어 노출이 적은 이재현 CJ 회장이 적극적으로 브랜드 전도사 역할을 하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은 이번 CJ컵이 열리는 미국 현지로 가지 않고 국내에 머무를 계획이다.
예년 CJ컵은 대회 기간 중 CJ그룹 주요 임원들이 제주도에 체류하며 공식·비공식적인 보고와 미팅을 수시로 가져 연말 정기 임원인사의 ‘쇼 케이스’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반면 올해는 대회가 미국에서 개최되고 코로나19 위험이 있어 현지로 떠난 임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쇼 케이스’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CJ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의 시계는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평가다.
비상경영 1년 지속... 높아진 피로감 해소 위해 빠른 인사 예상
14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이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 임원인사를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부에서는 CJ컵이 끝난 후 빠르면 10월 안으로 인사가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아직은 11월 인사설이 우세하다.
CJ그룹이 예년보다 이르게 인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재계 관계자들은 CJ그룹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0월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했음에 주목한다. 비상경영 상황이 1년을 넘어가면서 내부에서의 피로감이 누적됨에 따라 빠른 인사를 통해 정상 경영 복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CJ ENM의 대형 악재였던 작년의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건’(이하 프듀 사건)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건으로부터의 빠른 탈출을 위해서라도 인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키포인트’는 CJ ENM을 맡고 있는 허민회 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NM 떠날 가능성 높은 허민회 대표... 연쇄 이동 출발점
2018년부터 ENM을 총괄해온 허민회 대표는 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프듀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별개로 CJ ENM의 상반기 실적이 하락해 쇄신 차원에서라도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허 대표가 ENM에서 물러나더라도 그것이 곧 퇴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오너의 신망이 높은 허 총괄부사장은 기획과 위기관리 능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받고 있어 지주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허 대표는 과거 대한통운 인수에서도 중책을 맡았고 CJ푸드빌 등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하는 등 실력을 수차례 입증했다. 또 CJ오쇼핑 대표였다가 통합 CJ ENM 첫 대표로 부임하는 등 이재현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로 평가돼, 지주사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허 대표가 자리를 옮긴다면 CJ ENM의 새 수장은 현재 ENM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는 강호성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인 출신으로 지주와 ENM 총괄을 겸임하고 있는 강 부사장은 ‘프듀 사건’을 마무리하고 ENM의 준법 경영을 강조하는 인사 차원에서 신임 대표 낙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외에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과 올해 초 취임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총괄 부사장),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부사장),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부사장) 등은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대마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정직 중에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장의 정직을 연말 인사 이전에 풀기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일찍 복귀하더라도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 역시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CJ ENM의 브랜드 전략이 '프듀 사건'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 이번 인사에 승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