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너 일가 책임경영과 체질개선 과제로
두산그룹이 3조원 이상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한 자구안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산중공업 살리기 목표가 일단 첫 고비는 넘은 셈이다. 이제부터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말한 책임경영 성공 여부를 지켜보는 게 관건이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수혈받으면서 시작된 두산그룹 자구안은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며 연내 마무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한 금액만 2조2000억원 가량이다. 두산그룹은 그룹이 소유한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솔루스(700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원) 등을 매각했다. 이밖에 유상증자를 통한 1조3000억원 가량의 자금 마련을 결정했다.
이제 남은 매각 절차는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인프라코어 정도인데,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핵심 시장인 중국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본입찰이 순조로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적격 예비인수 후보로 선정된 현대중공업-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 등은 지난 12일부터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자구안 자금 마련이 당장의 재무 구조 개선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오너 일가 '책임경영' 의지의 성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두산건설 회생에 쏟아부으면서 경영 악화가 된 측면이 크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이 10년간 2조원 가량을 투입했는데도 살아나지 못하고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형제, 사촌 경영이라는 복잡한 가족 경영 시스템으로 서로가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회생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책임경영의 시동은 걸렸다. 자구안 발표와 함께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5700억원 어치의 두산퓨얼셀 주식을 무상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룹 오너 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44%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중 19.7%를 매각해 자신들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설정한 근저당권을 해소할 계획을 세웠다. 남은 지분 23%는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넘기겠다는 목표였다.
앞서 지난 6일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통주 56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이중 절반이 팔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재무 쪽에서도 전체가 다 팔릴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을 갚기 위한 새 자금원을 찾거나, 이번에 매각하지 못한 물량을 다시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경영 완수와 함께 두산중공업의 체질 개선 드라이브도 과제로 남았다. 두산중공업은 시장에서 '전천후 발전설비 제작사'라는 말과 함께 시대 변화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으로서는 변화에 늦은 측면도 있는 반면, 척박한 환경에서 해상풍력 터빈 기술을 국내 유일하게 이어온 기업이기도 하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명맥을 이어온 만큼 경영정상화 이후 그린뉴딜 흐름에 맞는 선도 기업으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