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태 부사장 대행 체제…내주 회추위에서 인선절차 착수
- 내년 신경분리 10년, 내부 출신에 대한 요구도 … 중앙회 이성희 회장 의중 중요
김광수 NH농협금융회장이 은행연합회 최종 회장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취임 후 최대 실적을 견인한 김 회장의 갑작스런 이임에 농협금융에 비상이 걸렸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뚜렷한 후임자마저 없어 외부수혈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일정기간 수장 부재 기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회장 자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는 대로 이사회를 통해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아직 김 회장을 대신할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임하는 김광수 회장의 뒤를 이어 우선 김인태 부사장(경영기획부문장)의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한 뒤, 다음주 쯤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인선과정을 본격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23일 은행연합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3차 회의와 이사회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제14대 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김광수 회장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은행연합회 사원총회에서 차기회장으로 공식 선임돼 2023년 12월까지 3년 간 은행연합회 회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차기 연합회장 임기가 다음 달 1일부터인 만큼 김 회장은 선임이 확정되는 즉시 농협금융 회장직을 사임할 예정이라 당장 농협금융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회장은 부임 첫해인 2018년 순이익 1조2189억원을 기록하며 농협금융 역대최대 실적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도 1조7796억원의 순익을 올려 역대 최대실적을 2년 연속 경신한 바 있다. 올해도 3분기까지의 순익이 1조4608억원으로 신한금융(2조9502억원), KB금융(2조8779억원), 하나금융(2조1061억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은 1조1404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비은행 부문도 강화해 적극적인 현장경영과 디지털 전환 비전, 성장 로드맵 마련 등 사업 다각화에도 큰 공을 세웠다. 이처럼 상승 흐름을 타고 있던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김 회장의 후임 인선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농협금융은 내부 인선보다는 외부 수혈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차기 회장 선임엔 상당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협금융은 회장 공석 시 대행 우선순위에 따라 김인태 부사장의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주 쯤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해 후보군을 좁혀 최종 회장후보를 가릴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이미 이준행 위원장을 비롯해 김인태, 정재영, 이기연, 박해식, 이진순 위원(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등으로 구성된 임추위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관리 중인 후보군에 외부 자문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차기 회장을 추천한다.
그러나 농협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후보풀은 큰 의미가 없다. 지난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초대 회장인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2대 신동규 회장과 3대 임종룡 회장, 4대 김용환 회장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김광수 현 회장 역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을 두루 거친 바 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경영 승계절차 개시일 이후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자 추천 절차를 마치도록 명시돼 있다.
김 회장의 임기가 내년 4월까지였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하마평은 없는 상황이다. 초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 출신인 점에 따라 관 출신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권은 올해 연말 경제부처 개각에 따라 공직에서 물러나는 인물들이 농협금융 후보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통위원,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전직 금융당국의 수장이 금융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금융지주 회장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금융권 유관기관의 인사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떠오를 수 있는데, 주요 인물로는 정은보 외교부 한국방위비분담 협상대사, 서태종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일각에선 농협금융이 출범한지도 내년이면 10년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내부에서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수협은행도 이달 진통 끝에 내부출신 행장을 출범 시킨 전례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례를 벗어나 내부 인사 회장 배출은 적지 않은 조직 역학 관계가 작용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임추위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배구조다. 농협중앙회장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시각에서 금융을 다루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쪽 입장인 농협금융지주 회장과는 업무상 갈등하고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지금은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민감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인선을 놓고 과열 분위기로 갈 수 있다.
이 회장은 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낼 당시 농협금융지주의 신경분리 감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해 농협금융에 이해도가 높다. 이 회장이 바라보는 농협금융의 방향성에 따라 새로운 인물을 금융지주의 수장으로 선임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의 기존 임기는 아직 다섯 달 남짓 기간이 남았있지만 농협금융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하다. 외부 기관의 인사로 회장 자리가 공백인 상황을 보낸 경험이 여러 차례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회장 자리가 비어도 당장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주력인 농협은행장,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