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명 변경 논란 속 새 이름 개발...오너가 리더십에 타격
- 금융감독원 9일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합병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잇단 사건사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노동청은 최근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 지난 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성형공정에서 작업하던 40대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크게 다쳤고, 지난 4일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사람이 접근하면 작동이 멈추는 기계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산업재해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생산설비 현대화를 통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설 것을 공언했지만, 끼임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동종사고가 재발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400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다쳤으며 이중 이번 사망사고와 같이 원통 기계와 컨베이어벨트 설비에서 작업 중 끼임으로 인한 사고는 43건에 달한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그룹의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며 승계 구도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주요 주주 사이의 지분 불확실성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지분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의 장기화는 투자기회 소멸과 부진한 주주환원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조 사장은 지난 6월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모두 인수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 7월 조 회장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도 지난 10월 법원에 성년후견신청과 관련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한 그룹은 상호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또다시 사명을 변경해야 할 처지다. 사명이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사명 변경을 주도한 오너일가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5월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하고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꿨다. 그룹 사명에 '타이어'를 뺀 것은 타이어 회사를 넘어, 최신 기술을 근간으로 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조현범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한국테크놀로지' 이름을 써왔던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지난해 11월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올해 5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이에 그룹 측은 최근 불가피하게 새로운 사명과 기업이미지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배터리 자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합병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측은 1일 금융감독원에 그룹 측이 제출한 증권신고에 대해 반려를 요청했다.
소액주주 측은 "외관상 두 상장사간 합병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지배주주-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거래로써, 지배주주는 쌍방대리 상태를 해소하지 않고 불공정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배주주가 소수주주 재산 수천억원을 편취해가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양사 합병에 관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로써 한국테크놀로지는 3개월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합병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코로나19 사태 속 실적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으나, 그외 여러 부정 이슈들이 그룹 이미지 추락은 물론 신성장 동력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본에 우선 충실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체제 전환에는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