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구속 대응방안 마련 방침
삼성이 총수 부재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키로 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구속되면서 3년 만에 또다시 '총수 부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19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경영 참여가 어려운 만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황이다.
이날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조만간 사별, 또는 전자 계열사 중심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내부적으로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선고 당일에는 대부분 충격으로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플랜B’ 마련을 위해 조만간 사장단이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한자리에 모이긴 어려운만큼 긴급 회의가 소집돼도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거나 화상 회의 등의 방식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일단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2월부터 1년간 구속됐을 때도 이 부회장이 직접 중요한 현안을 보고 받고, 일부 의사결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직후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와 그해 7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 때 2021년까지 3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이 부회장의 일반 접견이 최소 4주간 중지되고, 면회도 변호인을 통하거나 스마트폰 등 전화 접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업무 보고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회사 업무 외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정리와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도 옥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 일가는 현재 상속세 신고 납부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미술품과 부동산 등에 대한 외부 감정평가를 진행 중인데 일부 주식 매각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됐지만, 이달 21일로 예정된 정기회의와 26일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의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는 이번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들이 준법위의 한계로 지적했던 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만들어 지난달 28일 준법위에 제출했다. 준법위는 21일 열릴 정기회의에서 이들 개선방안을 검토, 논의하고 준법위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측은 준법위 기능은 종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중단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준법위 유지를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21일 회의에서는 삼성전자 계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의 준법감시 강화 방안도 논의된다. 준법위 관계자는 “사업지원TF의 준법감시 기능 강화 문제는 21일 이후에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며 “(개선안 확정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이 사업지원TF 전반을 손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지원TF는 삼성이 2017년 초 그룹 해체의 상징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없앤 뒤 신설한 조직으로, 미전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이끌면서 ‘미전실’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사업지원 TF는 미전실보다 역할·권한 등이 대폭 축소됐지만, 일부를 이어받으면서 사실상 미전실이 부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 부재 속 단기적으로는 경영을 이어가는 데 무리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컨트롤타워 조직이 없기 때문에 총수 없이는 M&A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실제 삼성전자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후 굵직한 M&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M&A를 적극 추진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인재 영입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인재 발탁에 집중해왔다. 글로벌 인재유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