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이민환 교수
우리나라 보다 고령사회가 빨리 온 일본에 오래 거주하면서, 부와 재산이 고령자들에게 편중되어 있으며, 그 상속의 시기는 한정없이 늦춰지는 것을 일찍이 경험했다. 상속 시기에 이미 초고령자가 된 상속인은 판단능력과 소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분쟁과 갈등, 소송은 갈수록 늘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정부에서도 금융권에서도 여러 제도와 대안이 도입되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절정에 이루어졌을 때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법원의 성년후견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최근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장녀가 조양래 회장을 피후견인으로하는 성년후견재판도 한참 진행 중이다.
피후견인이 대상화되고, 신청인이 주로 입장을 얘기하다보니 자녀들의 재산권, 경영권 다툼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성년후견제도의 주인공은 피후견인인 노인이고, 이 제도는 노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위해 생긴 제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산이 많지 않은 노인들도 똑같이 직면하는 것이고, 우리 부모의 문제 나아가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 산업화, 도시화, 가족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기술적 기능 약화로, 의지와 역할이 약화되거나 상실된 채로 20-30년을 살아가게
된다. 더 심하게는 장애, 질병, 치매 등 남의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로 보호를 필요로
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 때 노인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이제 개인의 재산이나 경제적 힘이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토지 소유권이 있어, 자녀들은 이로 인해 통제가 되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면서, 노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노인은 경제자원의 결핍으로 지위와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본인 재산이 있어도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 재산권까지 침해당하는 경우 다반사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평생 고생하며 벌어놓은 본인의 재산이 있는데도, 그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자기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 없게 된 노인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성년후견제도이다. 건강할 때 본인 스스로 재산에 대한 정리, 자산 분배에 대한 방법을 정하고 성년후견제도 등 필요한 지원을 준비하는 것이 가족간 다툼과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성년후견 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다.
성년후견제도는 당사자(노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영역의 지원가지 가능하며, 후견인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이 예정되어있다는 점에서 고령자들의 권리보호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대한 폭넗은 지원이 이루어진다.
2013년 7월부터 시작해 시행 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도입 이후 5년간 매년 26,7%씩 증가하고 해왔고, 상담은 7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가면 급속도로 이 제도의 이용자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고, 2024년에는 약 5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자료 기준 : 2016년 대법원)
취약해지고 있는 가족관계속에서 상속 갈등 직면하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우 많아
제사도 차례도 점점 사라져가고, 코로나19는 그나마 지켜온 명절 가족모임까지 할 수 없게 우리의 삶의 양태를 바꿔가고 있다. 모든 인간관계 뿐 아니라 가족관계까지도 과거와 같을 수 없는 이 때에, 노인에 대한 존중, 가족 간의 신뢰와 애정은 또 다른 도전을 맞고 있다. 취약해진 가족관계가 한순간에 가루가 되는 것은 고령 부모의 상속 갈등을 직면하면서 부터이다.
노인의 재산권 문제는 견고하고 단단했던 가족까지도 단숨에 무너뜨리고, 모두를 불행으로 몰고간다. 치매가 의심되는 우리 부모님께, 그리고 한치 앞을 모르는 부모님의 건강 앞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성년후견제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전문가와 논의하고 고민해 보아야한다. 사안이 닥치면 이미 늦는다. 가족만큼 감정이 휘몰아치는 관계도 없고, 가족만큼 비합리적인 관계도 없다. 무엇보다 잘못되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모두에게 남기게 된다. (***)
녹색경제신문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