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저가 브랜드 '아너' 매각 후 또 다시 불거진 매각설…삼성 비롯한 애플, 오포, 샤오미 등 수혜 가능성
- 화웨이 "사실무근" 반박…그러나 아너 매각설도 부인한 적 있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화웨이가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 'P'와 '메이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삼성전자에게도 수혜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화웨이가 P와 메이트를 매각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며 "상하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자회사가 이끄는 컨소시엄과 수개월간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권을 지켜온 화웨이는 201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연이은 제재로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9년 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를 기록하며 삼성전자(20.9%)의 뒤를 바짝 추격했으나, 2020년 3분기에는 점유율이 14.1%로 떨어졌다. 올해 점유율 전망치는 4%로 미래가 더욱 암담하다.
활로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던 화웨이는 결국 지난해 11월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했다. 아너는 그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약 25%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P와 메이트까지 매각하게 된다면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경쟁력을 또 한 번 크게 잃어버리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애플, 샤오미 등의 경쟁 업체들은 화웨이의 공백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57%로 1위, 삼성전자는 19%로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12%), 오포(3%), 샤오미(2%)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시장조사업체 IDC 차이나는 지난해 상반기 600달러(한화 약 68만원)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44.1%의 점유율로 1위, 애플이 44%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2.5%)는 샤오미(4%)와 오포(2.6%)에 밀려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S21'을 국내보다 15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화웨이의 빈자리를 얼마만큼 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화웨이가 여전히 자사의 자체 개발 반도체인 '기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매각 논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편 화웨이 측은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즉각 반박문을 내놨다.
화웨이 대변인은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 브랜드의 판매 가능성에 대해 근거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소문에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화웨이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러 외신과 IT업계는 화웨이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자사의 중저가 브랜드인 '아너'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도 이를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화웨이의 내부 관계자와 자오밍 아너 총재 등은 매각설을 부인했으나, 매각설은 사실로 드러났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