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회 등서 독과점 우려 잇따라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착수...총수 일가 도덕성 흡집 가능성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산업은행 주도의 M&A지만 곳곳에서 독과점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고 급작스러운 세무조사까지 더해지는 등 변수들이 산적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아시아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시행하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5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앞서 대한항공은 한진칼 대주주인 KCGI의 반대와 대한항공 2대주주 국민연금의 발행주식 정관 변경 반대 등 크고 작은 산을 넘었고, 이달 11일 아시아나 현장 실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어 14일 공정위에 아시아나 주식 취득 관련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통합항공사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날 대신증권은 오는 3월 24일 신주 상장 이후 현재의 주가가 유지된다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 국면이 오히려 자본확충과 경쟁사 인수, 재무구조개선, 안정적 경영권 확보 등 기업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작용했다"며 "향후 아시아나의 인수 마무리와 코로나 백신 접종에 따른 긍정적 업황 전개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프리미엄 부여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시장의 기대와는 별개로 통합항공사에 대한 독과점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항공사 통합 계획이 발표된 순간부터 현재까지 관련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의 국제 노선 중 양사가 통합했을 때 점유율 50% 이상인 노선은 32개(22.4%)였다. 공정위는 통상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을 점유할 경우 독과점 심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박상혁 의원은 "통합항공사의 독과점 여부는 슬롯 점유율뿐 아니라 노선별 점유율, 황금시간대 점유율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 자금 등 지원이 대폭 이뤄지는 만큼 사회적 책임성을 충분히 갖지 않을 경우 제재나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입법사무처도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에 거대 통합항공사의 탄생에 따른 노선 독과점을 우려하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대한항공이 간담회에서 여객 노선 점유율 38.5%라는 수치는 인천발 국제선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개별 노선 슬롯 점유율을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다"며 "특정 노선에 대한 독과점 논란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해 12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공항 기준 양사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5%”라며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항공산업 기업집단으로 군림하게 된다"며 "공정위가 이를 제한하지 못한다면,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익은 특정 재벌에게 집중되며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 국민에게는 항공 서비스 악화로 그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최근 예상치 못한 특별 세무조사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세청은 대한항공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내부 문서와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하고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7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9년 별세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세 신고 내역과 관련해 탈루를 의심할 만한 부분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제기된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작년 프랑스 경제전담검찰은 대한항공이 1996∼2000년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대가로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 세무조사의 이유가 무엇이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도덕성에 다시 한번 흠집이 날 수 있는 변수가 생긴 것"이라며 "또한 양대 항공사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A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하나의 논리와 결론을 내려놓고 가는 것보다 다각도로 살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산업은행이 하나의 명제를 주었고 해당 명제에 따라 세금문제, 공정거래 부문 등 각각의 위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맞춰나가면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