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전력 사정은 목표대비 1/5수준...송전망 엉망이라 산업가동률 낮아"
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지원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지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문 작성을 비롯해 120여 차례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김천식 통일생각 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차관)은 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천식 이사장은 지난 1984년 부터 2013년까지 통일부에서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남부관계발전법, 통일교육지원법 등을 기초하고 추진해 통일정책의 기틀을 잡은 최고의 통일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 이사장은 29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대북 원전 지원은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면서 "만약에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원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제네바 합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경수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고 NPT에 가입해서 IAEA 완전사찰 즉 특별사찰을 받아야 하고, NPT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하나도 없어야 하고 국제사외의 완전한 감시를 받아야한다. 그후에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원자력협정을 맺은 국가에게만 경수로가 지원될 수 있도록 승인제도가 되어 있다. 제네바 합의도 경수로 핵심부품 인도전에 IAEA완전사찰을 받도록 되어 있고 그런 연후에 미북간에 원자력 협력협정을 체결한 후 핵심부품이 들어가도록 합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에는 원전을 지어주고 싶어도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지어줄 수 없고, 지원계획을 세웠더라도 그것은 공허한 것"이라며 "그 자체가 이적행위라고 하기에는 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정말로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 IAEA완전사찰을 받는다면 원전을 지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정치적 논쟁은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하면서 남한에서는 원전을 파괴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명분과 도덕성의 논쟁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전력 현실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해방이후 한반도 전력 생산의 90%가 북한에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북한의 산업은 시작부터 전력과소비형으로 구축됐다"면서 "북한의 전력은 수력발전과 화력발전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수력발전은 시설이 노후하고 수량문제로 계절적 편차가 많았 화력으로 보충하고자 했으나 냉전종식이후 화력발전에 중대한 타격을 받았다. 북한이 목표한 전력생산은 연간 1000억Kwh이나 실제 생산은 200억Kwh정도다. 거기다가 송전망이 엉망이어서 전력손실이 많고 그 결과 전 산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전력 증산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고 제네바 합의때 200만 Kw 경수로 발전서 건설을 조건으로 핵폐기를 약속했었는데 그것이 파기됐다"면서 "2000년 정상회담이후에도 남한으로부터 전력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자 남북관계의 동력이 많이 약화됐었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 소장은 "북한에 대한 지원 문제는 (북쪽에서) 먼저 요구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앞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 없고, 진정성이 없는 얘기"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병욱 소장은 북한의 전력 실정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제한된 수력 발전외에 석탄 발전을 하는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탄광이 매몰돼 석탄이 모자란다. 추운 겨울에 난방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만일 인도적 차원에서 전력을 지원하는 경우라도 송전선을 통한 지원도 전력을 공장으로 빼돌릴 수 있어서, 발전선박을 통한 특정 지역, 소규모 지원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원전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개발연구소는 탈북 연구자(석·박사)들로만 구성돼 북한 내부 실정에 정통한 국내 연구단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