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행정부, 코로나19 방역·미국통합·동맹복원·중국억제 동시 해결해야
- 韓의 선택, 미·중은 물론 세계의 미래 좌우할 수도
최근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대만을 사이에 두고 급격히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양국의 정찰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대만 상공에 출몰했다. 미군 정찰기만 70여 차례 남중국해에서 활동했고, 중국 군용기들도 뻔질나게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드나들고 있다.
지난 20일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도 양국은 여태껏 축전도 전화도 없는 상태다.
중국은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한다면서 무력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강도도 한층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복원을 외치면서 쿼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대만 두고 미·중, 군사력 집결 ...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2일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팟에 따르면, 미국 공군의 U2 드래곤레이디가 이날도 대만 북쪽해상에서 정찰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날 중국 공군의 윈(運·Y)-8 대잠초계기 1대가 대만 서남쪽 해상 방공식별구역(ADIZ)를 침범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한달여 동안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중국군용기는 79대에 이른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1일 베이징대 해양연구원이 설립한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계획(SCSPI)'은 SNS에 지난달 미군의 대형 정찰기가 70대 이상 남중국해에 출격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군용기가 하루 2대 이상 연일 대만 주변에 출몰했고, 서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미사일 전력도 대거 증강 배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6일 미국 과학자연맹(FAS)이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군이 산둥(山東) 지역 훈련장에 일명 '항공모함 킬러'인 둥펑(東風·DF)-26 대함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다수 배치했다고 전했다. DF-26이 해당 지역에서 포착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5000㎞로, 지상과 해상 목표를 모두 타격할 수 있으며 핵과 재래식 탄두를 필요에 따라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안에는 한국, 일본은 물론 대만과 남중국해 대부분과 인도까지 사거리에 들어간다.
미국은 지난달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B-52장거리 폭격기 4대를 배치했다. 당연히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본, 호주, 인도와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 관련해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냉전으로의 복귀인가 아니면 미·중 패권 다툼의 시작인가
겉으로 드러나기는 미·중 갈등이지만, 양상이 간단치 않다.
우선, 중국·러시아·북한 등 대륙세력과 미국·일본·대만·호주·인도 등 해양세력의 대결양상으로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는 해양세력과 같은 편이지만, 현 정부의 입장은 선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결 구도라면 신냉전 체제에 가깝다. 과거 공산진영과 민주 진영의 대결양상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의 일부 국가들이 공산국가에서 자유진영으로 넘어온 모양새가 조금 다를 뿐이다. 군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아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쿼드 국가들의 군사력 차이는 크다.
그래서 미국이 핵심축(LINCH PIN)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선택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비롯해 한반도 전문가가 대거 포진하게 된 이유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미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동맹국가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고립정책과 다자주의로 인해 미국과 동맹의 전열이 상당히 흐트러뜨렸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다급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트럼프와 동조 세력은 음모론을 앞세워 미국 내부의 통합과 동맹과의 연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간의 패권 다툼이라면 조금 더 쉽다. '팍스아메리카나'로 명칭되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회복하자면 미국은 패권을 확실히 해야한다. 패권이 도전받게 되면 질서는 무너지고 언제 어디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5년 뒤에는 중국의 국가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노무라의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정치학에서 잘 알려진 이론 중에 '투키디데스의 법칙'이 있다. 패권국가는 추격국가가 자국 국력의 40%까지 추격해오면 비군사적 압박이나 무력행사를 통해 추격국가에게 타격을 입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이같은 법칙을 철저히 지켰다. 히틀러를 꺽었고, 소련을 해체했으며, 프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의 경제성장을 저지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4년 트럼프의 다자주의는 중국이 힘을 기를 시간을 준 셈이고, 코로나19는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바이든 정부는 정권 초기에 코로나19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국의 통합을 이루고, 동맹을 복원하며, 중국을 제압해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려야 하는 숙제를 해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을 제압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확실히 인정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뒤에서 힘을 길렀다면, 현재의 중국은 대만을 두고 '일전불사'를 선언했다. 이는 실제로 미국에 대한 도전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시진핑이나 김정은이나 지난달 정식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전도, 통화도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이를 대변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때로부터 따지면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이다.
▲시진핑의 중국몽(夢)은 대만에 그칠까...한국은 한미일동맹에 복귀할까
'미국이 돌아왔다'고 취임 일성을 던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매우 중요시하는 모양새다. 바이든은 이미 두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국무부에는 지한파들이 대거 포진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관련한 백악관 발표에서 일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쿼드와는 별개로 한미일 동맹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어떤 나라보다 먼저, 그리고 확실하게 미국과 한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2일 발표한 2020국방백서에서 일본은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표현했고,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없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유명무실해진 한미연합훈련도 북한과 논의하겠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는 간과하기 힘든 문제일 수 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대만을 두고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하게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태도는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진핑은 홍콩과의 약속을 깨고 실질적으로 홍콩을 지배하고 있다. 대만의 독립은 곧 전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UN 등 국제사회 질서를 감안할 때 북한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것도 패권국가의 자격이 있는지를 따질 상황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이 주변국가들을 무력으로 위협하며 횡포를 부리는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 언제까지 '남의 일'로 치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과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