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3사 중 가장 높은 배당 성향 …지난해부터 총력 기울이고 있으나 부진한 '주가 부양' 전략에 긍정적 영향 기대
- KT "기업가치 제고 효과도 있지만 성장 자신감 드러낸 것"
KT가 다른 이통사들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매력적인 배당액을 제시했다. 자사의 성장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KT가 목표로 두고 있는 '기업가치 올리기'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T는 9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현금 결산배당액을 전년(1100원) 대비 250원 늘린 135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가배당률은 5.3%, 배당금총액은 3265억원이다.
KT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23조916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1조1841원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이통사에 비하면 가장 저조한 실적이나 다름없다. SK텔레콤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8%, LG유플러스는 29.1%로 KT를 크게 앞선다.
반면 배당성향은 KT가 50%로 SK텔레콤(42.8%), LG유플러스(43.3%) 보다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올해 성장을 고려하면 KT의 배당수익률은 5~6%에 달한다"며 "다른 업체들이 4%대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이처럼 통큰 배당수익률을 책정한 이유로는 KT가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가치 올리기와 주가 부양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식에서부터 주가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바 있다. 당시 KT의 주가는 이전 3~4만원대에서 2만원대 초반으로 크게 하락한 상황이었다. 이에 구 사장은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KT는 구 사장의 지휘 하에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구 사장을 비롯한 KT 임원들은 지난해 3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구 사장의 경우 지난해 총 9234주를 약 2억3000여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에는 기업용 무선통신 계열사인 KT파워텔을 멀티미디어 전문 기업 아이디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자사가 보유한 KT파워텔 지분 777만1418주(44.85%) 전량을 406억원에 아이디스에 넘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KT의 계속된 노력에도 주가는 여전히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증권가에 큰 악재를 끼친 이후로 지난해 5월 2만4000원대를 회복한 KT의 주가는 10일 기준 여전히 같은 가격대를 기록하고 있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T 주식 지분을 지난해 10월 12.53%에서 지난달 10.40%까지 연이어 낮춘 것도 주가 하락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주식 처분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는 통신주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 성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업가치 올리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증권사들은 일제히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분야의 회사들이 워낙 급격한 성장을 이루다보니 KT가 자사주 매입이나 계열사 매각 등에도 소외된 측면이 있다"며 "주식시장이 배당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아쉬우나, 주주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KT관계자는 "자사가 추구하는 기업가치 올리기 효과도 있겠지만, 배당을 높인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사업을 성장시키고 수익성을 개선하면 자연스럽게 기업가치 또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