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신속 통관…성능 평가에 예산 투입 나서
- 정부 미봉책 우려도 나와...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등 활용책 필요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국내 생산 능력 확충 계획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공급·수요기업과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열었다.
이날 발족식에는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과 정수경 현대모비스 부사장, 이태원 삼성전자 전무, 허남용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DB하이텍,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 관련 산업계와 한국자동차협회, 한국반도체협회,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 관련 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협의체는 최근 글로벌 차량용반도체 수급 불안정 관련 대책을 모색하고, 미래차·반도체 시장 선점과 국내 공급망 안정화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입을 위한 신속 통관과 국내 생산업체의 빠른 성능평가를 지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와 부품 등의 자립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인 차량용반도체 역량은 글로벌 수준에 미흡한 편이다. 자동차-반도체 업계가 중장기 협력 추진을 위해 정기적 협력채널 구축이 필요했던 셈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요청으로 정부는 반도체 수급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논의 중에 있다. 관세청은 자동차 생산 차질이 없도록 지난 2월 17일부터는 차량용반도체 부품 신속 통관도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 팹리스, 모듈·부품사, 완성차사 등 기존·신규 차량용반도체 성능평가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글로벌 차량용반도체 수급불안은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일치에 의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근본적 해결은 어렵지만 이번 위기를 미래차-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중장기 대책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R&D(연구·개발) 지원과 성증·인증 지원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편성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R&D 지원도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 등 기존 사업에 추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원인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자 대만 TSMC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규모를 줄인 데 따른 것이다.
차량용반도체 부족 현상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이 커지고 있어 고성능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신설된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등을 활용한 예산 지원을 비롯 다각도의 전방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업계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인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대책에 나설 정도로 국가적 중요 문제라는 점에 우리나라도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