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있고 나에게 없는 캐치업 R&D 탈피하고 퍼스트 무버로 전환할 때"
- "표준원가 산정방식·기준 적용 시점 순연해야...무조건 밀어부치지 않을 것"
- "최고 무기 만들려면 사업팀 활성화해야...IPT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할 것"
▲강은호 청장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에 투자 늘릴 것...퍼스트 무버로 전환할 때"
국내 방산기술 개발이 기존의 캐치업(따라잡기) 방식을 벗어나 퍼스트 무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맞아 올해부터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비중이 대폭 늘릴 것이라고 국내 방위사업 최고 책임자가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취임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4일 국내 주요 방위산업 관계자들과 첫 공식 간담회를 갖고 올해 방위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기조발제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은호 청장은 "국방 R&D에 소요되는 시간을 반드시 줄일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세상에 없는 기술에 얼마나 투자했나 보면, 전체 방위력 개선비 약 17조원 중 5000억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 청장은 "이제까지는 국방기술 개발에서 캐치업 전략을 주로 써왔다. 세상에 있고 나에게 없는 기술에 주로 투자해왔다. 그렇게 하다보니 다른 나라보다 싸게, 빨리 만들어야 했고, 그 방법은 규제밖에 없었다. 그렇게 R&D를 해왔다. 이제 세계적인 최첨단 국방기술 수준을 10이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는 7~8 수준까지 왔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다음 우리나라가 6위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그만큼 많은 투자를 국방분야에 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방위산업의 기술력이 세계6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아니면 민간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청장은 "세상에 없는 국방기술에 투자를 해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군사력도 강화하고, 세계시장에 나가야 국가공동체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거듭 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성장해 온 과정에서 국과연(국방과학연구소)의 공로가 크다"며 "이젠 국과연이 진정한 의미의 R&D를 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와 한국국방안보포럼(대표 현인택)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주요 방산기업의 경영자와 임원, 방산관련 학계, 언론, 기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강 청장 "현장 중시하고, 신속획득 통해 무기 획득 시간 단축하고 업무 압축할 것"
강 청장은 기조발제에 이어 "현장을 중시하겠다"며 "유관부서가 다 모여서 현장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완전히 제도화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방사청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기존 획득제도를 통한 무기획득에는 보통 7년에서 12년, 패스트트랙이라도 4~5년 걸린다. 어떤 경우는 소요부터 20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신속시범 통해 2년까지 줄이겠다. 기존 진행 중인 무기획득 사업 중에서도 단축할 수 있고, 압축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제까지는 세계적인 최고의 무기체계 도입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값은 비싸고 고장 잘나는 무기는 이제 안쓴다. 실제 군의 운용성 향상하는데 필요한 부분에 지원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형 무기도입 사업에 바잉 파워(구매력을 통한 협상력)를 제대로 발휘했나" 국제 계약, 협상에서 전문성도 높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력 강화안을 만들고, 한 개의 팀보다 모든 팀을 투입할 것이고, 대형 무기도입의 경우에, 실질적 경쟁구도 만들어 바잉파워 늘릴 것"이라며 "국내 일자리 창출, 국내 중소기업에 일감주는 기업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고, 수출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하다못해 MRO라도 한국에 주는 기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교수 "표준원가 산정방식·기준 적용 순연이 업계 중론"...강 청장 "무조건 밀어부치지 않을 것"
이어진 토론회는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대표변호사, 오병후 한국군수품수출협회 회장, 최기일 상지대 교수가 지정 패널로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장을 맡은 채우석 회장은 "고사 직전에 놓인 방위산업을 다시 살려보자”며 “적극적인 실천방을 모색하자는 것이 오늘 토론의 목적”이라고 했다. 채 회장은 이날 거듭 거론된 방산원가 구조개선과 관련해 “좋은 제도라도 시행하다보면 문제가 나오고, 그러면 또 수정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최기일 교수는 “방사청이 추진 중인 방산원가구조 개선과 관련해, 표준원가 산정방식이나 기준 등에 있어서 의견이 다양하다"며 "향후 방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공청회나 간담회, 세미나 등이 진행되겠지만, 대체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적용시점을 순연하자는 업계의 중론"이라고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대 한화디펜스 부장은 ”표준원가 설계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방산기업이 살아갈 수 없다"면서 "다른 대안은 없느냐"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일괄계약원칙에서 분리계약으로 바꾼 것은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강 청장은 이에 "무조건 밀어 붙이지 않겠다. 올해는 시범으로 몇 개, 내년에는 25%,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하겠다"며 "시작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 변호사 "최고 무기 만들려면 IPT 활성화 해야"...강 청장 "IPT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할 것"
서영득 변호사는 ”최고의 무기체계 확보,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 이런 것이 되려면 전문성과 효율성이 중요한데, 왜 방산부문은 투명성이 최우선이어야 하느냐"면서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매번 원가산정 때문에 싸운다. 하다하다 이제는 원가를 표준화하자고 한다. 원가를 후려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업관리팀(IPT)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그러면서 "IPT가 중심이 돼야하는데, 감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자원이 가지 않는다. 피한다. 따라서, 책임있게 일하려면, IPT면책 제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로 자문팀을 구성해서 함께 결정한 사항에 한해서는 면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청장은 "방사청 내부는 지금 해보자는 분위기다. 청렴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일하지 않겠다.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청 직원이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직원편에 설 것"이라며 "IPT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고, 독박쓰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오병후 ”민군기술이전 사업 실효적이지 않다. 국산 R&D 지적재산권에 관해서, 민간이 개발한 기술을 군(정부)과 공유를 해야만 계약을 할 수 있다. 기업은 개발해놓고도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기업이) 노력한 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청장은 ‘’지재권 관련해서 이미 2주전 쯤 직원에게 지시했다"면서 "과거 (방사청과 방산기업간의) 갑을 관계와는 달리 기업의 지재권 보장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기술 보안전문가인 류연승 명지대 교수는 ”현재 사이버보안과 관련해 실시되고 있는 방산기술보안 실태조사를 인증제도로 변경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