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종이병, 제2의 플라스틱 용기
상태바
[TECH meets DESIGN] 종이병, 제2의 플라스틱 용기
  • 박진아 전문기자
  • 승인 2021.03.11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카콜라, 글로벌 식음료 기업 최초로 올 여름 종이 용기 테스트런칭 앞둬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 플라스틱재 용기를 종이로 점진적으로대체해 나갈 듯

2020년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과도하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대인간 대면과 접촉 기피로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와 가방에 포장된 인스턴트 식음료품과 배달음식 소비가 급증하고 그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발표된 공동심의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 이어 한국이 세계3위 플라스틱 쓰레기 폐기국가로 드러났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플라스틱 용기와 봉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재수거・재활용율은 매우 낮다. 이유는 간단하다. 폐품을 수거, 분류, 재가공 하는 재활용 공정은 처녀 원료로 생산하는 것보다 비싸기 때문에 폐품 재활용은 경제적 이득이 없는 장사다.

Photo: Jasmin Sassler  https://unsplash.com/photos/5Wfttm2CjeI?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ShareLink
Photo: Jasmin Sassler @ unsplash.com

한편 세계 2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인 일본에서는 연간 평균 9십억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40%가 일회용 식품 포장용기와 비닐봉지가 차지한다. 유럽의 41%, 미국의 20% 쓰레기 재활용율에 비하면 일본의 재활용율은 그나마 모범적이다. 국민들의 성실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참여와 정부 차원의 쓰레기 소각처리 및 열 연료화 기술로 플라스틱병 쓰레기의 86%가 재활용되고 있다(자료: The Council for PET Bottle Recycling).

하지만 국제환경단체들은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소비유통업계가 석유 원료의 플라스틱에 50% 생분해 원료가 든 플라스틱이나 더 얇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정도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의 일시적 해법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비즈니스와 소비자 모두로부터 일상 소비문화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이용한 과포장과 일회용품 폐기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한 손에 쏙 잡히는 굴곡과 용량의 13.2 온스(약 40ml)의 100% 재활용된 페트(rPET) 스프라이트 병 디자인. 무색병은 재활용에 더 용이하다. Courtesy: Coca-Cola
한 손에 쏙 잡히는 굴곡과 용량의 13.2 온스(약 40ml)의 100% 재활용된 페트(rPET) 스프라이트 병 디자인. 투명무색병은 재활용 공정에 더 용이하다. Courtesy: Coca-Cola

특히 기업들에 가해지는 탈석유화 압력은 높다. 독일 연방해양쓰레기연맹(Bundesverband Meeresmüll e.V.)은 코카콜라를 지난 3년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가장 많이 한 최악의 오염기업으로 지적했다. 코카콜라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에서 재활용 혁신 기업으로 재포지셔닝할 수 있는 마케팅 기회로 삼고, 올 2021년 2월부터 북미 시장 최초로 모든 코카콜라 브랜드 음료수 용기를 100% 재활용된 페트병인 rPET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용기 디자인은 이동하면서 음료수를 마시고 버리는 편의지향 소비와 최근 급부상중인 즉석 소량근거리 배달 서비스 트렌드를 반영해 작아지고 그립성을 높였다.

종이병에 포장된 아데즈(AdeZ) 식물성 원료 음료 패키징 디자인(250ml).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병은 덴마크 업체 파보코(Paboco)가 개발했다. Courtesy: Coca-Cola
종이병에 포장된 아데즈(AdeZ) 식물성 원료 음료 패키징 디자인(250ml).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병은 덴마크 업체 파보코(Paboco)가 개발했다. Courtesy: Coca-Cola

오는 2025년까지 전세계에 유통되는 모든 코카콜라 식음료품 용기를 100% 재활용하고, 2030년가지 코카콜라 전제품의 포장재중 최소 50%를 재활용된 원료로 생산하게 된다. 그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코카콜라 유럽은 올 여름 유럽 식음료 업계 최초로 종이병에 담은 식물성 음료 아데즈(AdeZ) 2천 병을 헝거리의 온라인 식음료품 유통배달업체 kifli.hu를 통해 시험 런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수거 후 재활용 가능한 이 음료수용 종이병 프로젝트는 코카콜라의 브뤼셀 소재 R&D팀과 덴마크의 종이병 개발 스타트업인 파코보(Paboco, The Paper Bottle Company)가 공동 개발했다. 파코보 사는 코카콜라 외에도 이미 칼스버그 맥주, 로레알 화장품, 압솔루트 보드카 등과 협력해 음료수나 화장품 등 위생이 관건인 유동적 내용물을 담는 소비자용 기능성 종이 패키징 솔루션을 개발해 온 업체다.

압솔룻 보드카와 파보코의 협업으로 시도된 주류용 압솔룻 페이퍼 종이병. Courtesy: Absolut/Pacobo
압솔룻 보드카와 파보코의 협업으로 시도된 주류용 압솔룻 페이퍼 종이병. Courtesy: Absolut/Pacobo

파보코 사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소싱된 목재를 원료로 한다. 종이는 100% 재활용 가능하지만 자연에 버려지더라도 자연분해 되는 재질로 개발한다. 사용중에는 식음료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되 폐기 후 재활용된 종이 제품으로 가공될 수 있도록 제조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식음료를 담는 용기인만큼 종이가 지닌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01) 종이병 용기와 내용물을 종이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차단하고 보존시킬 수 있는 항이산화탄소, 항산소, 액체 내성의 식물성 기반 내벽 코팅을 사용하고, 02) 플라스틱에 비해 조형이 난해한 펄프 성질을 개선하며, 03) 친환경 잉크 또는 레이저 각인 기법등 디지털직접인쇄 방식으로 레이블링하여 자연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둔다.

04) 병 바닥은 특히 무게와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05) 생혼합소재 또는 순수종이 소재의 부착 캡 마개, 06) 탄산음료를 담을 수 있는 강력 종이섬유, 07) 종이의 천연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펄프 3D 주물기법, 08) 소비자가 재활용하게끔 유도하는 모바일 재활용 트래킹 칩. Courtesy: Pacobo
04) 병 바닥은 특히 무게와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05) 생혼합소재 또는 순수종이 소재의 부착 캡 마개, 06) 탄산음료를 담을 수 있는 강력 종이섬유, 07) 종이의 천연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펄프 3D 주물기법, 08) 소비자가 재활용하게끔 유도하는 모바일 재활용 트래킹 칩. Courtesy: Pacobo

코카콜라 유럽지부 R&D 포장혁신팀과 파코보의 기술진은 다양한 성능 실험을 통해서 종이병의 내구성과 내용물 보존성 실험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이 펄프를 견고하고 인체에 안전하도록 가공할 수 있는 제조공정과 생산설비 설계가 관건이다. 이 기술은 세부적인 실험과 분석을 거치고 있다. 그동안 종이병은 이제까지 포장쓰레기 발생의 주범으로 비난받던 거물 식음료품업체들을 윤리적 친환경 순환경제 선도기업으로서 재포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박진아 전문기자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