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난항...잠정합의안 두차례나 부결
올해 선박 수주 살아나는데 파업 '찬물'...노조 파업으로 선박 등 생산차질 불가피
잇따른 선박수주 소식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현대중공업이 또 다시 파업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가 20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고, 태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19일 전극금속노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는 전 조합원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두번이나 부결됐으므로 사측에 재교섭 요구를 하고 있지만 계속 시간만 끌고 있다"며 "사측이 다수 조합원의 요구사항인 기본급 인상 등 즉각 요구안 수용을 촉구할 수 있도록 내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서별로 4개조가 오전 2시간 순환파업을 실시한다. 23일에는 전 조합원이 오후 4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쟁대위 소위원, 전문위원 등 간부급은 4개조 파업에 맞춰 2시간을 파업하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선전전에 나선다. 또 전 조합원이 표준작업과 안전작업을 준수하면서 태업하기로 했다.
집행간부들은 이 기간동안 철야 농성에 늘어갈 예정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차량 순회를 돌며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일가의 사악 추구 경영을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이 두 차례나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년치 임단협에 대해 해를 넘긴 올해 2월에야 처음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달 말 1차 합의안에 특별격려금을 포함한 2차 잠정합의에 어렵게 성공했으나 역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조합원들은 기본급 인상, 징계철회, 임금체계 개선,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원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 인상 목소리가 높다. 호봉습급 분의 연차별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본급 인상안을 바라는 분위기다. 또 기본급 인상과 함께 2019년 회사 분할에 불만을 제기하며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재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2차 잠정합의안 투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교섭 재개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량은 65억4000만달러(78척)로 연간 수주목표 149억달러의 44%를 달성한 상태다. 이런 수주목표 달성치는 수년간 가장 빠른 기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26척 중 11척을 수주해 전체 발주량의 42%를 확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으로 선박 등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지만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수입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