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합의 '한 달'…불확실성 걷어내자 한꺼번에 터진 '해외 시장' 진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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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합의 '한 달'…불확실성 걷어내자 한꺼번에 터진 '해외 시장' 진출 러시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5.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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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엔솔·SK이노 배터리 분쟁 합의 후 한 달…양사 해외 생산기지 설립에 적극
- LG엔솔은 최근 GM과 합작공장 추가 발표…SK이노 조지아주 공장에 주요 인사들 방문 줄이어
- 업계 "불확실성 털어냈다"는 평가…분쟁 지속되는 사이 위세 키운 中 업체들 대응은 '과제'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가 전격 합의를 이룬 지 한 달이 흘렀다. 지지부진한 분쟁을 끝내고 사업 본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이들 기업은 그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순탄하게 갈고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폭넓게 확장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하루 빨리 견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다져야 하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게 가장 독이 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현재 LG엔솔과 SK이노가 '앓던 이'를 뽑아냈으니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과 SK이노는 해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 공장 준공을 착실히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LG엔솔과 SK이노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4월 11일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마쳤다. 합의문에는 SK이노가 LG엔솔에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LG엔솔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와 관계를 맺고 있던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 한국 정부는 양사의 합의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이노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던 미국 조지아주의 정치권 인사들 역시 입을 모아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불확실성 제거하고 투자에 집중…해외 시장 진출 활발

이후 LG엔솔은 4월 17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할 것을 밝혔다. 지난해 말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주에 1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뒤로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제2 합작공장에는 총 2조7000억원이 투여되며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오하이오주 공장을 합치면 생산 능력은 총 70GWh로 확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은 미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파트너인 GM의 전기차 확대 계획을 적극 지원하기 위함"이라며 "미국 배터리 공장은 GM의 북미 전기차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까지 지원하는 핵심 기지로 거듭날 전망이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LG엔솔은 미국에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입해 독자적으로 배터리 공장 2곳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존 미시간주 공장과 GM과의 합작공장을 포함한 예상 생산 능력은 총 145GWh 수준으로,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는 분쟁이 고조화됐을 당시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조지아주 공장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준 SK이노 사장은 분쟁 합의 후 10일 뒤인 4월 21일 직접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총 3조원이 투입된 SK이노의 조지아주 배터리 1·2공장은 지난 2019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각각 내년과 내후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1·2공장의 총 생산 능력은 21.5GWh로 알려져 있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함께 자리한 김 사장은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주문량 등 시장 상황을 자세히 분석해 추가 투자가 결정되면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 방문한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좌측에서 3번째). [사진=라파엘 워녹 트위터 갈무리]

최근에는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건설 현장을 찾아갔다. 워녹 의원은 "조지아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SK이노의 작업에 매우 놀랐다"며 "SK이노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함으로써 더 친환경적인 내일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호평했다.

워녹 의원은 ITC의 SK이노 패소 결정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던 인물 중 하나이다. 배터리 분쟁 당시 김종현 LG엔솔 사장으로부터 "외부 투자자가 SK이노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엔솔과 SK이노가 배터리 분쟁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서 불확실성을 잠재우면서 사업 본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더 신뢰감있는 관계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의금을 분할로 납부하는 방식인 만큼 SK이노가 느끼는 부담이 적고 자회사인 SKIET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등 합의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적잖은 수업료를 지불한 대신 여러 교훈을 얻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中 업체로 시선 돌려야 할 때…CATL, BYD 등 폭발적인 성장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31.5%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17%) 대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다. 특히 전년 동기 3.6G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에너지 사용 총량은 올 1분기 15.1GWh로 3배 넘게 뛰어올랐다.

BYD 역시 배터리 에너지 사용 총량을 1년 사이 3배 끌어올리며 올 1분기 6.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8%) 대비 2%p 성장했다. 이외에도 중국 CALB, Guoxuan이 배터리 에너지 사용 총량에서 각각 913.9%,  2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LG엔솔의 올 1분기 점유율은 20.5%로 전년 동기(24.6%) 대비 4.1%p 감소했다. 배터리 에너지 사용 총량이 5.2GWh에서 9.8GWh로 늘어났지만 경쟁 업체들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SK이노 또한 올 1분기 5.1%의 점유율로 전년 동기(5.5%) 대비 다소 낮아졌다. 배터리 에너지 사용 총량은 1년 사이 1.2GWh에서 2.4GWh로 2배 가량 늘렸다. 국내 또 다른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7.7%에서 5.3%로 감소했다.

SNE 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로 인해 뒷걸음질치는 모양새”라며 “CATL을 필두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EV 배터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CATL 등 중국 업체들은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만 기술력 자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앞서는 상황이고, 정부 주도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에 나서는 전략 등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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