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에 해상운임, 선가, 발주 트리플 증가세... 올해 수주 늘며 '수퍼 사이클' 진입 전망도
- 친환경, 스마트 기술로 중국과 초격차 전략 필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경제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쿠팡 100조원 기업가치 돌파가 상징하듯 집콕 트렌드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급팽창 국면에 돌입했고 자연스럽게 프리미엄TV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뜨면서 글로벌 물류 수요가 늘었으며 이에따라 조선업도 활황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대장기업들은 포털,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화학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2차, 3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국경제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 지형도를 시리즈로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수주 부진...1분기 실적에 직격탄 날려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조선업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업의 수주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고, 그 영향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회사격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 매출 3조9446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조697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217억원에서 515억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실적은 180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1018억원, 영업이익 212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232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 연속 큰 폭의 적자를 낸 셈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 1조9581억원, 영업이익 279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더 심각하다. 올해 1분기 매출 1조5746억원, 영업손실 50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매출 1조8266억원, 영업손실 478억원보다 훨씬 나쁜 실적이다.
수주가 매출로 나타나는데 1년 이상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수주부진이 그대로 매출과 이익 감소로 나타난 셈이다.
또한가지 중요한 실적부진의 원인은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두꺼운 강판) 가격 상승이다. 후판은 선박제조 재료비의 7~1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높다. 후판가격이 올해 들어 톤당 10만원 이상 올랐다. 이는 원가 상승으로 직결됐다.
일단 올해 1분기 국내 조선3사가 받아든 경영실적은 실망스럽다.
▲올해들어 수주실적 대폭 개선...큰 고비 넘고 수퍼사이클 진입 전망 이어져
올해 국내 조선업 전망은 밝다.
우선, 수주실적이 예년과 다르다. 영국의 해운조선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누계 선박 수주량은 1543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8만CGT 대비 172% 증가했다. 이 중 44%인 682만CGT(171척)를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업체들은 705만CGT(248척, 46%)를 수주했지만, 절반에 해당하는 114척은 자국 발주분이다. 자국 발주분을 제외하면 한국조선업체 수주량이 가장 많은 셈이다.
일본은 103만CGT(35척, 7%)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작년 4월 누계실적과 비교하면 일본(△350만CGT, 30%↓)은 감소폭이 컸고, 중국(39만CGT, 1%↑)은 소폭 증가한 반면, 한국(339만CGT, 16%↑)은 대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소폭이지만, 선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주가 많아진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은 1척당 1억1300만 달러에서 1억2050만 달러로 상승했다.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난 데는 무엇보다도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호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으로부터 약 3조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서 1분기에 연간 수주목표의 65%를 달성했다.
하반기 카타르 LNG운반선 발주가 100척 이상 예정돼 있어, 국내 조선3사의 수주실적 달성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봐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게다가, 전세계 조선업 불황의 중요한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 발주도 나왔다. 지난 7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지오스 프로젝트'에서 발주하는 총 5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설비 2기를 1기씩 나눠 수주한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각 2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하반기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합병이 고비...저가수주경쟁 종식 계기 될 수 있어
지난해 부터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저가수주로 인한 출혈경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한가지는 구매력 증가를 통한 원가 절감과 연구개발의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에도 희소식이다. 3자 경쟁 구도가 양자경쟁으로 바뀌면, 그만큼 수주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달 현재 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은 인수를 승인했고,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승인의 막바지 절차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저가수주경쟁은 조선업체에는 가장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다.
▲바짝 쫓아오는 중국, 친환경·스마트 기술로 따돌려야...재기노리는 日견제도 필요
지난해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국내조선3사에 LNG선 도크 예약을 하기 직전에 중국에도 16척의 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도크예약을 했다.
아직 중국이 건조하는 LNG운반선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조선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다만, 최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미국의 '탄소절감' 압박으로 인해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생산을 제한하면서, 조선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2일 거제조선소에서 정진택 사장 주관으로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 설비' 완공식을 가졌다. 정 사장은 이날 "조선사 유일의 독자 개발 천연가스 액화공정 'SENSE-Ⅳ'와 세계 최초 냉열발전 재기화 시스템 'S-REGAS(CGR)' 모두 이 곳 실증 설비를 통해 신뢰성을 갖춘 기술로 탄생했다"며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 설비는 삼성중공업과 고객사의 ESG 경영 가치를 실현하는 LNG 기술 혁신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시장을 겨냥해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 WTIV) 독자 모델을 개발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WTIV는 세계 3대 선급인 미국 ABS, 노르웨이 DNV, 영국 LR로부터 '저탄소 배출 WTIV(모델명 SLW-FUEL CELL)' 개념 설계에 대한 기본 인증을 업계 최초로 동시 획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ESG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총 9개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ESG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상장사 3개사(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와 비상장 2개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5개사가 이사회를 차례로 열고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관계자는 "청정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전세계가 직면한 육·해상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친환경 기술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액체수소 저장 경제성을 높이는 고망간강 탱크를 개발하고 있고, 지난 12일에는 모나코의 에네티(Eneti Inc.)로부터 약 3700억원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친환경 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예정인데다, 2050년까지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가 뚜렷한 상황에서 일본 조선업계도 정부의 지원과 친환경을 앞세워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조선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거의 고사하다시피 했던 일본 조선업계의 마지막 활로 찾기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중국의 기술 추격과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불리기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는 일본을 함께 견제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친환경·스마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