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는 2002년부터 해마다 경제, 정치, 의학은 물론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10대 혁신 기술을 발표해 왔다. 올해는 ▲뇌 임플란트 ▲자율 운행 트럭 ▲안면인식 결재 ▲실용적 양자 컴퓨팅 ▲360도 셀카 ▲기존보다 2배 효율적인 태양전지 ▲유전자 치료 2.0 ▲세포지도 ▲사물 봇넷 ▲강화학습 등 10가지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들은 지금, 혹은 10년 이상 지나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10회에 걸쳐 MIT가 선정한 '10대 혁신기술 2017'에 대해 알아본다.
글로벌 ICT 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몇 년 이내에 완전자율차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이 운영되면 더 안전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거라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40년간 트럭운전을 해 온 그렉 머피는 "이 시스템은 가끔 내가 하는 것보다 운전을 더 잘할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오토(Otto)社에서 자율주행 트럭 테스트 중에 안전을 위한 보조 운전수로 일하고 있다.
◇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물류·유통 비용
자율주행 트럭에 대한 경제적 근거는 충분하다. 최고의 연비를 위해 프로그래밍된 시스템으로 운전해 연료를 절감할 수도 있고, 긴 거리를 운행할 때 운전수가 쉴 필요가 없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만약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된다면, 엄청난 수의 근로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美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170만여 명의 트럭 운전수들이 있다.
자율운행 기술이 이들을 한 번에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직업의 본질을 거의 확실히 바꿀 것이며 이 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토 본사는 가구창고를 개조해 차고 및 기계공장으로 만들어졌고, 각종 도구들과 컴퓨터에 둘러싸인 트럭들이 대기중이다.
에릭 버디니스 오토 제품관리자는 "멋진 사무실은 없다"고 전했다.
버디니스는 현재 볼보에 설치된 오토의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1년간 시험가동 중이던 볼트로 고정된 뾰족한 모양의 하드웨어와는 달리, 오토의 새로운 센서 및 처리 어레이 등은 볼보 운전석에 매끄럽게 통합됐다.
이 장비에는 4개의 전방 카메라, 레이더 및 가속도계 박스가 포함돼 있다.
오토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트럭 주변의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펄스 레이저를 사용하는 라이더(lidar) 시스템이다.
다른 업체에서 생산되는 라이더 박스는 약 10만달러 정도다. 오토는 1만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라이더 박스를 설계하는 팀을 가지고 있다.
차 안에는 맞춤형으로 제작된 식빵 상자 크기의 마이크로 슈퍼컴퓨터가 있다. 이 컴퓨터를 통해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트럭의 적재 중량에 맞게 제동 및 조향 명령을 내린다.
컴퓨터가 내린 명령을 실제 트럭신호로 변환하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박스(drive by wire box)가 실질적으로 트럭을 움직인다.
운전실에 있는 두 개의 큰 빨간 버튼은 모든 자율주행 활동을 차단한다.
오토는 2016년 초 구글에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앤서니 레반도브스키와 구글맵을 이끌었던 라이어 론에 의해 설립됐다. 미국 내에서 200만 마일 이상을 주행시켰던 구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토를 설립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버는 지난해 8월 6억8000만달러에 오토를 인수했다.
버디니스에 따르면 이 M&A로 오토의 팀이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 500명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우버는 사람과 화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자동 운송 네트워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초로 상업용 자율운행 성공
오토는 자사기술이 적용된 7개의 트럭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트럭 소유자가 자사의 장비를 설치해 무료로 테스트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토의 자율주행 트럭이 포트 콜린스에서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2000km를 콜로라도의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주행해 버드와이저 맥주 2000병을 운송했다.
자율주행 트럭 최초로 상업용 배송이 이뤄지며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기술의 한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작은 시골길이나 복잡한 도시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는 사람이 트럭을 운전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에도 트럭에 앞서 주행하는 자동차가 있었고 오토 인원과 콜로라도 주 순찰 직원이 탑승한 여러 차량에 둘러싸여 있었다.
◇ 자율주행 트럭의 도입으로 나타날 효과 전망
사실 오토는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 트럭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주장한다. 버나디스는 "운전자가 없는 트럭은 적어도 10년후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는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으로 운전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는 자율주행 트럭의 경제적 효용성과도 연계된다. 트럭 운전수는 법적으로 하루에 11시간, 일주일에 60시간 일하도록 제한된다. 거의 24시간 내내 주행할 수 있는 트럭은 화물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자율주행 트럭은 연료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연료는 장거리 트럭을 운행하는데 드는 비용의 약 1/3을 차지한다.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가 최대 30%까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주행으로 인한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 오토의 장비는 트럭을 최적의 속도와 가속력으로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이밖에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럭과 버스 추락으로 미국에서 일년에 약 4000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이 부상당한다.
운전자의 피로는 7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또 모든 사고의 90% 이상이 어떤 형태의 운전자 실수에 의해 야기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개선될 오류의 비율이나 새로운 오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자율 운전 방식의 자동차 테스트를 통해 실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차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동안, 트럭 운전수 관련 일자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운전수의 업무 환경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운전자는 트럭에서 서류를 검토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채팅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거래처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수익은 변함이 없다.
트럭 운전수의 업무 환경이 개선되면, 트럭 운전수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트럭 운전수 모집과 훈련이 용이해 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미국 트럭 운송 협회는 현재 약 5만명의 운전수가 부족하고 향후 8년간 약 90만명의 운전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발전속도라면 2020년 정도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