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7일 국내 주요 11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서신을 송부해 석탄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보험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기존에 인수된 보험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녹색경제신문>은 '석탄을 넘어서'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 변호사)에서 금융부문을 맡고 있는 윤세종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 주>>
윤 변호사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사회를 생각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업의 이미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본질인 안전성과 재무적 건전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실효적이라고 평가하는지 말해달라
탈석탄에 신규투자 중단선언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지난달에 탈석탄 금융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신규 석탄사업이 없는 상태에서 이같은 선언은 사실상 선언 전과 비교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
기존에 투자한 금융에 대한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같은 경우에, 남동발전의 이름으로 회사채가 발행되면 이것이 어디에 투자될 지 모른다. 두산중공업이 신주발행을 해서 자본금을 늘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석탄사업에 투자되는지 알수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석탄 사업이 20% 이상인 경우에는 석탄기업으로 분류해 투자를 안한다'는 방식으로 금융을 제한한다.
단계별로 가는 것이 맞겠지만,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하는지에 대한 메세지가 환경단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2050년까지 탈탄소를 하기 위해 지금은 석탄금융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석유, 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로 신규투자 제한과 기존 투자를 회수해나가는 것도 확대해 나가야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같은 일정에 맞춰서 선제적으로 금융이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산업계의 기후 위기 대응을 선도할 수도 있는지 말해달라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금융이 필요한 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은 이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늦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20~30년 동안 안전하게 돌리면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석탄이나 가스발전사업이 앞으로는 환경규제로 인해 물리적 수명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를 테면 좌초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금 회수가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금융회사가 자기 자산의 재무적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회를 생각하고, 환경을 위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기업의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인 안전성과 재무적 건전성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이미 많은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도 쉽고, 그만큼 급한 일이기도 하다.
▲기후금융과 관련한 입법이나 제도가 선행적으로 움직일 필요도 있지 않은가?
당연하다. 석탄금융의 경우, 한번 투자가 일어나면 20~30년 동안 환경파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금융기관의 자발적 노력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2050년 탄소중립까지 로드맵을 만들고 입법기관과 환경규제를 통해 단계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양이원영 의원이 발의한 에너지전환법 입법이 지지부진하다. 국회의 입법 노력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회와 산업이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는 것은 커다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또한 그로 인해 사회는 보편적 편익을 누릴 수 있어서 특정산업이나 기업이 온전히 재무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만큼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기업의 손실을 모두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업이 판단을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일부는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정부가 석탄금융이나 기후금융을 구분하는 기준이나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자본시장의 금융규제라는 측면에서는 기업의 공시제도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G20 금융위원회 산하에 TCU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라는 협의체가 만들어져 있다. G20에서 기후변화 위험이 금융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려면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공시를 해서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과 기업이 이를 참고해서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덜 위험한 사업에 자본을 투자하고, 더 위험한 사업에서는 자본을 회수할 수 있도록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기후리스크를 금융리스크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TCUD는 강제적이지는 않은데, 각국이 이를 참고해 공시제도를 개선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그 같은 공시제도를 자발적으로 도입하겠다. 2030년에 의무화 될 예정이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보다 늦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국제금융을 활용하는데 있어 장애요소가 될 수 있고, 국제금융에서 소외되면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P4G에 대해 평가해달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P4G가 개최됐다. 이와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얼마나 높일 것인가' 였다.
일본도 23%에서 46%로 높이는 등 대부분 국가들이 목표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설정한 목표를 작년에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하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목표가 너무 느슨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도 있다. 지금 위헌 심판에 올라가 있다. 이는 파리협정 위반소지도 있다.
그런데, 올해 바이든정부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목표상향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오는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로 숙제를 미뤘다.
두번(한미정상회의, P4G)의 큰 기회가 있었는데, 온실가스 목표 상향을 하지 않고 또다시 미룸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GDP,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에 속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에 달한다. 1인당 배출량은 더 높다.
그런데, 정부와 관료들은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국내 산업구조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봐야하는지 말해달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산업계에 큰 부담을 준다. 기업들의 저항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의 70% 이상이 석탄 발전이었다. 원자력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이후 석탄발전이 국제적으로 퇴출되면서 힘들어졌다.
조선산업의 경우에는 해양플랜트 수주로 호황을 맞이했지만, 화석연료인 석유와 가스산업이 흔들리면서 타격을 입었다.
그만큼 온실가스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이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가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정부차원에서의 대응이 진행되고 있나
이달 말에 환경부는 텍소노미라는 분류체계를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발표됐다.
텍소노미는 제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더 빨리 움직이게 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표준을 만들어 무엇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어떤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별하는 통일된 공시기준이다.
텍소노미가 나오면 각 산업간, 기업간 비교도 되고 경쟁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예산과 관련한 기후변화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도 있나
지난주에 국회에서 토론회에 참석했었다. 탄소인지 예산(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제)이 통과돼서 정부 예산이 실효적으로 쓰이는지 평가하는 제도가 마련된 것으로 계기로 열린 토론회다.
작년에 그린뉴딜예산 42조원이 잡혔는데, 이를 통해 감축을 목표로하는 온실가스가 5년 동안 1200만톤(TON)이다.
그런데, 정부가 수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2조원을 지원해 투입해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를 건설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연간 1200만톤이다.
결과적으로 20배가 넘는 예산을 써서 줄이는 온실가스보다 5배나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정부가 수출지원을 통해 했던 셈이다.
늦었지만, 탄소인지 예산이 통과된 것은 그런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업이 수출을 하는 것을 직접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수출을 명분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따라서, 정부예산으로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돕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윤세종 변호사는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중재팀에서 국내외 발전소 건설, 천연가스 개발사업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국제분쟁 사건을 담당한 국제 에너지·건설 분쟁 분야의 전문가다. 기후솔루션의 이사로 해외 석탄발전 프로그램과 국제관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로스쿨을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LL.M.)를 취득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