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좌 개설·신용카드 발급 등 간단업무 ‘척척’…대출·투자 상담은 아직
시중 은행이 'AI(인공지능) 은행원'의 진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AI 은행원이 처리가능한 일은 신규계좌 개설, 카드 발급 등 간단한 업무와 이에 따른 서류작성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은 최근 AI은행원을 자산관리·대출·투자 상담 등 고난도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관련 기술의 고도화 및 보급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신한, 9월 40개 점포 AI 은행원 도입…KB·우리 등 하반기 이후 본격화
시중은행은 오는 하반기부터 AI 은행원을 수도권 일선 점포를 중심으로 본격 배치한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 기능을 하는 ‘디지털 데스크’를 오는 9월 수도권 40개 점포 창구에 설치한다. 내년 3월엔 200개까지 확대해 보급률을 전체 점포(약 850개)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데스크는 PC 화면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있고, 직원이 화상으로 고객과 상담한다. 9월부터 디지털 데스크에 AI가 나타는데, 실제 은행원의 모습을 기반으로 말투와 몸짓, 목소리를 AI로 재현하게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AI 은행원을 빠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확대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신사옥에 ‘AI 체험존’을 설치하고 AI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이어 좀 더 고도화한 AI 은행원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연내 AI 은행원 도입을 목표로 내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 AI 체험존을 통해 은행 업무를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AI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은행원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께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 개설·신용카드 발급 등 간단업무 ‘척척’…대출·투자 상담은 아직
AI 은행원은 은행을 찾는 고객에게 실제 은행원이 대응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고객 응대를 제공하고 있다. 머신러닝·딥러닝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고도화 작업을 거듭하면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AI 은행원은 신규 계좌를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 이체·송금, 금융상품 안내 등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사람의 음성을 95% 이상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됐고, 음성 인식 속도도 0.5초 이내다. “화장실이 어디 있죠?”, “나가는 문은 어디인가요?”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질문 등에도 수월하게 대응해 웬만한 대화를 끊김없이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이 도입을 앞두고 있는 AI 은행원도 이와 비슷한 업무 숙련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AI 체험존’에 설치된 AI 은행원은 체험으로나마 청약 관련 업무까지 수행 가능한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AI 은행원의 발달로 아직 대면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화면으로나마 대면서비스의 감성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업무 효율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인력과 점포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은행원은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담당 업무가 고도화할 경우 불완전판매 등 의외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관련 사항에 대한 보완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