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정부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특수은행이다. 기획재정부가 91.8%, 국토교통부 6.63%, 산업통상자원부 0.97%, 해양수산부는 0.6%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지난 3월25일 부터 시행된 산업은행법 개정안 제1조(목적)에 따르면, '산업의 개발ㆍ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는 한국산업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산은은 소유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을 드러내면서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한층 더 깊이있는 취재와 분석을 통해 산은이 목적에 부합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따져봤다...<<편집자 주>>
▲경실련 "공매도 투기종목 청원 1위는 HMM"
26일 외국인은 15거래일째 매도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과 현물, 공매도까지 전방위적인 매도공세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지난 22일 공매도 투기종목에 대한 서명운동을 전개한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HMM에 대한 공매도는 날짜를 바꿔가며 4~5개의 외국계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다.
20개 투기의심종목에 대한 주주들의 탄원 서명을 받은 결과 전체 3350명이 서명에 응했고, 이 중 1115명이 HMM 주주로 가장 많았다. 코스피 종목 2위는 삼성전자로 609명이 서명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 767명이 서명해 코스닥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의 거래량 중 공매도 비율은 HMM이 9.22%, 삼성전자 1.13%, 셀트리온헬스케어는 8.91%였다. 공매도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LG디스플레이로 13.85%에 달했고, 449명의 주주가 서명에 동참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날 "26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해 최종 결과를 발표한 뒤 금융감독위원회에 이들 투기종목에 대한 조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실적 쌓아가는 HMM, 한경과 KBS 각기 다른 뉴스
지난 19일 한 매체에서 나온 '영구채 매각' 소식은 HMM 주가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KDBI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주가 급등으로 HMM의 ‘몸값’이 시가총액 1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서 유력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산은은 단계적 지분 매각을 통해 HMM의 ‘몸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2시간 정도 후 KBS 등 복수의 매체는 "산은이 이같은 사실을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두 기사 중 하나는 오보인 셈이다. 그런데, 몇번의 수정을 거치기는 했으나 영구채 매각 기사는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산은은 여태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기사를 전후해 HMM에 대한 외국인들의 공세는 가히 기록적이다. 26일까지 15거래일 연속 공매도, 프로그램매도, 현물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HMM의 실적은 놀랄만하다. 지난해 사상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 1분기에는 지난해 연간 이익보다도 많은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2분기에 1조16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현재의 해상운임추세라면 3분기에는 더욱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간 대만의 국제해운사 주가가 상승한 폭과 비교하면, HMM 주가의 저평가는 두드러진다. 양밍 557%, 완하이라인 402%, 에버그린마린 335% 오른 것과 비교해 같은 기간동안 HMM은 195% 오른데 그쳤다. 이 기간 중 선복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HMM이다. 1만6000TEU급 최신형 컨테이너 선박 8척이 인도됐고, 모두 만선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HMM의 선복량은 84만TEU, 양밍은 62만TEU, 완하이라인은 42만TEU, 에버그린마린은 136만TEU다. 26일 기준 완하이라인의 시가총액은 약 5000억 대만달러(20조원)로, HMM의 약 17조원에 비해 3조원 가량 많다.
▲기록적인 해상물류난에 수출기업들은 아우성...금융위·거래소·산은, 꿀 먹은 벙어리?
지난 23일 세계 컨테이너운임지수를 대표하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4100을 기록했다. 불과 5년 전인 지난 2016년 11주차 400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를 훌쩍 넘긴다. 2009년 집계를 시작할 때 기준운임이 1000이고, 2016년 이후 1000을 회복한 것도 작년 첫째 주에 1023을 기록한 것이 처음이다.
이같은 해상운임 급등과 선복량 부족으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고통은 극심한 상황이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물류난은 적어도 내년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이런 일에 대비하고자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됐고, 산업은행법을 만들어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14일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관련해 이해하기 힘든 '배임' 발언을 했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시중은행과 같은 투자의 개념으로 CB 처리를 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산업은행의 설립목적에는 투자에 따른 영리추구가 담겨있지 않다.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라고 나와 있다.
정작,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인 HMM은 임시선박 투입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에 팔기위해 몸값 낮추기 의혹
국책은행이 중추적 국가기간산업 독점기업을 민간에 매각하기 위해 몸값을 낮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산은의 배임 발언과 CB전환을 전후해 지난 5월 27일 실제로 종가기준 1주당 5만600원을 넘겼던 HMM의 주가가 지난 23일 4만1900원을 기록해 17% 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중 SCFI는 3496(5.28)에서 4100(7.23)으로 약 17% 올랐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2019년 기업인수 거절 상황과 현재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 SCFI는 최저 716에서 최고 968이었다. 최근 SCFI의 약 4분의1수준이다.
HMM은 영구채를 올해 안에 모두 상환할 수도 있을 만큼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권의 컨센서스에 따르더라도 HMM은 올해 4조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영구채 총액은 3조2800억원 규모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 한국증권거래소(이사장 손병두), 산은,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관계기관은 모두 침묵하고 있는 상태다.
▲산은, HMM 몸값 줄여 민간에 매각한다면 배임 논란 피할 수 없어
산은법의 설립 취지는 일반 투자은행이나 시중은행과 다르다.
그럴리 없겠지만, 현재 공매도를 포함한 외인들의 매도공세가 산업은행의 헐값매각과 관련성이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을 방조한 것은 산은법에 따르면, 직무유기 또는 배임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해상운임상승에 따른 예상 이익이나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동걸 회장이 '큰 이익'이라고 말한 약 2조원과 비교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산은 지분은 단 한주도 예외없이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이는 철저히 국익에 부합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91.8%의 지분을 가진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는 산업은행이 제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만일 단 한점의 의혹이라도 있다면 감사원이나, 검찰청에 감사와 수사를 의뢰해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
HMM은 우리나라 수출 물류의 99%를 맡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불투명하거나 특혜시비에 휘말리면, 우리나라 수출의 물류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는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HMM은 국가기간산업이고 국민기업이다. 인수가격이 비싸서 민간에 매각을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HMM의 올해 영업이익을 적어도 5조원 이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근래, 심각한 해상물류난은 배와 인력을 확보하는 치열한 경쟁을 낳고 있다. 용선료에 프리미엄이 30%이상 붙고, MSC LINE을 비롯한 경쟁사에서는 2배 이상의 몸값을 불러 선원을 빼가고 있다.
정작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산은은 일언반구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민간에 매각을 하더라도, 이는 밀실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입찰방식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일반 사기업도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몸부림치는 시기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불투명한 의사결정으로 각종 의혹에 노출되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해운재건... 사진찍기용에 불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부산을 방문해 해운재건 1차 5개년 계획의 마지막 선박인 1만6000TEU급 'HMM한울'호 출항식에 참석했다. 여기서 2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상초유의 해상운임지수와 이에 기반한 실적 대박을 이어가고 있는 HMM에 대해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심상치 않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국가기간산업체인 HMM에 대해 기관투자가와 회사 경영진, 일반투자자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고서는 이같은 지속적인 매도는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국책은행인 산은과 HMM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사안을 외국인들만 안다는 것은 더욱 상식적이지 않다.
이같은 합리적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정부는 투명하게 밝힐 권한과 의무가 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와 수출의존도는 최상위권이다. 선복량이 부족해 수출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일한 국적국제해운사인 HMM에 대한 임금협상과 추가적인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