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 족쇄에 ‘울며 겨자 먹기’ 영업 지속
-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내년 3월까지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을 받으며 극한 비극까지 발생하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를 향해 ‘영업제한 철폐’, ‘온전한 손실보상’을 촉구했다. 폐업 즉시 빚을 갚아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부는 15일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비극 더 이상 안돼
소공연과 비대위는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제한 철폐’와 ‘손실보상’을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소공연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 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 하루 평균 1000여 개의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최근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7일 마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신이 살던 원룸 보증금을 빼 직원들 월급을 챙겨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소공연과 비대위는 “죽음까지 내몰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극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정책자금 대출 또한 대폭 확대, ‘한국형PPP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PP제도란 소상공인들이 보증부 대출을 받고 이를 일자리 유지에 활용하면 상환금을 감면하는 제도다.
폐업은 곧 ‘즉시 대출 상환’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지만 폐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폐업하는 즉시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현재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제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폐업 후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하는 게 더 두려워 문을 닫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대출금 즉시 상환이 두려운 자영업자들 사이에 실제 폐업했지만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업종만 변경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업종 변경으로 사업자등록번호를 살려두면 대출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판매업이나 교습소 등은 실제 주거지가 곧 사업장인 경우가 많아 주소 변경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업종과 주소 변경만으로 간단히 처리된다.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학원을 운영하던 한 원장은 “학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며 “그렇다고 폐업 후 당장 대출 막을 방법은 더 막막해 업종을 교습소로 바꾸고 사업자 번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저신용 자영업자·소상공인 위한 ‘정책적 금융 지원 확대’ 요청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고 위원장은 “방역상황·실물경제 여건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4일에는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실제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소상공인과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정 협의’에 참석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원 조치가 끝난 후에도 상환기간을 늘리거나, 상환이 어려운 차주를 위해 신용회복제도 등을 통한 이자 감면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정부의 이와 같은 결정을 매우 환영하는 입장이다”고 밝히며 “앞으로 정책적 금융 지원을 확대해 저신용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지금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