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버넌스 스토리 핵심은 장기적 신뢰 확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ESG 경영에 관심이 큰 만큼 '거버넌스'는 중요한 과제"라며 "거수기가 아닌 독립성과 투명성이 강화된 이사회와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SK(주) 13개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이사회 역할 및 역량 강화, 시장과의 소통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의한 결과 이사회 중심 경영과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올해 연말부터 CEO 평가와 보상을 각사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워크숍은 화상회의 등 비대면으로 이뤄졌으며 사외이사들은 보다 투명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CEO와 함께 IR 행사(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각 사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최 회장은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 방안도 제안했다.

'거버넌스 스토리'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전략과 이행 과정을 뜻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거버넌스 스토리'를 경영화두로 제안했고, 이에 따라 주요 관계사들은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구체적인 실행을 진행 중이다.

이번 토론을 통해 SK그룹 주요 관계사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권한은 물론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하기로 했다. 

특히 이사회는 앞으로 총수 등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CEO 후보 추천 등 선임 단계부터 평가·보상까지 관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들 역할을 강화하기로 하고,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외이사 역량 강화 △전문성 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 발굴 △회사 경영정보 공유 및 경영진과의 소통 확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권한 및 사외이사 역할 강화 등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17개 관계사 중 증시에 상장된 10개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60% 육박하고, 이 중 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오는 20일부터 연례 경영진 행사인 ‘CEO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 계열사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CEO 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 화두를 제시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매력적인 목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CEO 세미나 폐막일인 22일 새로운 경영 화두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올해는 '공정'과 관련한 화두를 주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8월 SK그룹 최대 행사인 ‘SK이천포럼’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강연했다.

SK그룹은 CEO 세미나에 이어 11월 한달 동안 연간 성과를 평가한 후 12월 초순경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