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내로남불' 논란…죄악주 투자·성비 불균형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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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SG '내로남불' 논란…죄악주 투자·성비 불균형 침묵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0.1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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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 10조, 여성 임원 0명 기업에 23조 투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 5개 위원회 중 위촉직 여성 임원 8.5% 불과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국민연금기금]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의 ESG 투자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월까지 대량살상무기, 석탄, 담배 관련기업에 약 1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의 해외 연기금과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에서 투자배제 종목으로 구분되는 일명 죄악주(sin stocks) 종목이다.

또 국민연금은 여성 임원이 0명인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67곳에 총 23조원을 투자한 가운데 이들 기업에 여성 임원문제에 대한 지적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 내 기금전략을 논의하는 위원회 중 여성위촉위원의 비율이 8%대로 나타나며 내부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 국민연금, 죄악주 10조 투자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종목에 투자한 것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방침과 정면충돌한다는 비판이다. 13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기준 대량살상무기 분야에 1조4320억원, 석탄 분야에 8조4572억원, 담배 분야에 1조19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MIM)은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배제전략)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 무기에 대한 투자배제는 이를 금지한 각 국제조약에 따른 것이다. 석탄과 담배는 UN과 WHO 협약을 따른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과 스웨덴 연금(AP4)은 투자배제에 더해 이들 기업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이들 종목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탈석탄을 공식 선언했다. 기금운용방식에서 국내외 석탄분야(발전 및 채굴)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용하기로 밝힌 것이다. 이날 대량살상무기와 담배에 대한 투자배제전략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안에 관련 연구용역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 국민연금, 성비 불균형 관련 침묵 논란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임원 성비 불균형 문제에 침묵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국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중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67개 상장회사의 주식을 총 23조693억원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중 65곳 기업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함에도 이와 관련된 지적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내부 지배구조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을 논의하는 5개 위원회 중 4개(국민연금기금운용위·투자정책전문위·수탁자책임전문위·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의 위촉직은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서만 위촉직 중 여성의원이 전체 14명 중 4명(30.7%)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5개 위원회의 위촉직 46명 중 여성은 4명(8%)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와 해외 기준에 모두 못 미치는 모습이다. 국내의 경우 내년 8월 시행을 앞둔 개정 자본시장법 제165조20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하나의 성(性)으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다양성과 조직 내 성평등 측면에서 여성 임원이 최소 1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8년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춘숙 의원은 “유리천장 지수 1위 국가에서 국민연금조차 임원 성비 불균형에 대해 눈감는 것은 마땅치 않다”며 “해외 연기금, 글로벌 투자기업 등도 기업 가치를 위해서라도 여성 임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만큼 국민연금 역시 임원 성별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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