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식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대비 10배 늘어난 15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채식하는 이유로 크게 동물복지, 건강 그리고 환경문제를 꼽습니다. 그런데 동물복지와 건강은 이해되지만 환경문제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도대체 채식과 환경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을 줄이는 것만으로 개인은 최대 73%의 탄소발자국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육류 및 유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추적한 결과입니다. 연구 저자 조셉 푸어(Joseph Poore)는 “채식주의자 식단이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지구 산성화, 부영양화, 토지 및 물 사용 등에 있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가장 큰 단일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육류를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업은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공장식 축산은 자원 집약적 산업으로 일반 농업과 비교해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물과 토지자원이 사용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공장식 축산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연간 7.1기가톤)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체 탄소배출량 중 발전부문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배출량입니다.
공장식 축산에는 많은 양의 물도 사용됩니다. 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매년 동물용 식수, 폐수처리 등의 과정에 전 세계 취수량의 10%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1kg의 소고기를 만드는 과정에 약 1만5천 리터의 물이 사용됩니다. 이는 채소 1kg을 재배할 때 평균 300리터가 필요한 것과 비교해 50배 차이가 납니다.
문제는 효율성입니다. 워터풋프린트네트워크에 따르면 소고기는 칼로리당 평균 물 사용량이 곡물보다 2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일한 열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고기는 곡물보다 20배나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소고기의 단백질 1g당 물 사용량도 콩류보다 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축산으로 인한 토양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FAO에 따르면 가축은 전 세계 토지자원의 최대 사용자입니다. 축산은 전 세계 농경지의 80%를 이용합니다. 이는 주로 사료재배지나 목초지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재배지와 목초지를 위해 넓은 지역의 산림을 깎는다는 것입니다. IOP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9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아마존 산림벌채의 70%가 축산을 위한 재배지·목초지 개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월터 윌렛 교수는 ”아마존에서 생산된 곡물로 키운 소고기를 먹는 것은 석탄 화력발전소와 같다.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최악“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빠르고 큰 변화를 만드는 행동은 바로 육류소비를 조금씩 줄이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기후대응 차원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채식급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일주일에 한 끼 채식을 하는 미트프리먼데이 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국 미트프리먼데이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1인당 연간 약 2200kg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만약 완전채식이 어렵다면 대체육류와 유제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탄소배출량이 육류·유제품과 비교해 큰 폭으로 낮습니다. 작은 실천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한끼 지구를 위한 채식 어떠신가요?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이언스, 보매드라이프, 유엔]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