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노리고 출시한 폴더블폰 흥행 성공했으나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
-애플 아이폰13 맞서 신제품 총력전 나서고 있지만 역시 물량 공급 문제가 관건
올 3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70조원을 뛰어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 그러나 박수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당장 4분기부터는 삼성의 오름세가 꺾일 거라는 말이 많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에 접어든다. 메모리만 파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시스템반도체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갈아타고 있지만, 업계 1위 기업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심지어 또 다른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그 자리마저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이제 어렵다. 그나마 가전 쪽은 괜찮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물론 쉽게 무너질 삼성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비관론을 가볍게 받아들일 상황도 아닌 듯하다. <녹색경제신문>은 현재 삼성이 봉착해 있는 위기와 불확실성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망 등을 사업 분야별로 짚어보고자 한다.
요새 스마트폰 사업이 정말 어렵다. 26년째 모바일 사업을 유지해오던 LG전자도 버티다 못해 결국 스마트폰을 포기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타이틀을 줄곧 지켜온 삼성전자마저 5G폰 시대에 들어와서는 자꾸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애플도 애플이지만, 가성비를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중국업체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제 웬만한 혁신과 전략으로는 정말 스마트폰 왕좌를 뺏길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삼성은 폼팩터 자체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 ‘폴더블폰 대세화’를 선도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선포했다.
다행히도 올 하반기 출시한 삼성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플립3의 흥행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물량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수요가 많으면 뭐하나. 주문에 맞춰 제대로 공급도 못 하게 생겼는데.
이 정도면 삼성 스마트폰, 정말 세상이 안 도와주는 걸까.
폴더블폰 성공 힘입은 삼성, 애플 아이폰13 맞서 ‘신제품 총력전’ 나서지만 물량 공급 문제가 관건
삼성이 올 8월 선보인 신형 폴더블폰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자, 잇따라 신제품 총력전을 펼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애플이 이달 초 내놓은 아이폰13 역시 흥행 조짐이 잇따르자, 삼성이 폴더블폰 말고도 준비해온 신제품을 앞당겨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라며, “먼저 출시한 갤럭시Z플립3의 경우에도 현재 주문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손에 쥐고 있는 소비자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며 최근까지도 4주 이상 대기해야만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제품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삼성의 바쁜 발걸음을 코로나19에서 시작된 이례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삼성은 이달 중으로 ‘갤럭시S21’의 준프리미엄급 파생 모델인 ‘갤럭시S21 팬에디션(FE)’의 언팩 행사 개최를 계획했지만, 반도체 공급 문제로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수급이 어려워지자 이를 돌연 취소, 현재 내년 1월까지 미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선보일 계획이었던 갤럭시S22 시리즈의 경우 폴더블폰 흥행에 힘입어 출시일을 연내로 앞당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반도체 수급난이 삼성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 업체의 90%가 현재 스마트폰 부품 공급에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하반기 출하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을 기존 9%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삼성과 달리 애플은 상대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대한 충분한 대응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삼성, 오포, 샤오미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기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나, 애플은 회복력도 가장 좋고, AP 부족 현상에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흥행을 기반 삼아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부품이 부족해 마음껏 물량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상황은 삼성에 더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5G폰 시장서 애플·중국업체에 점유율 뺏기는 삼성...올 2분기 5위까지 밀려나
삼성이 이번 제품 생산 차질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는 5G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미 올 2분기 글로벌 5G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삼성이 샤오미와 비포, 오보 등 중국업체에 밀려 4위까지 떨어졌다는 시장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으며, 여기에 애플 점유율까지 종합했을 시 ‘5위 삼성’이라는 결과가 예측된다.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같은 안드로이드폰 중에서는 중국업체의 가성비 제품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라인업이 고가 프리미엄 제품인 애플은 삼성과 비교해 출하량이 크게 밀리지 않는 반면, 평균 판매가격은 3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성비를 내세운 샤오미 등 중국업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삼성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며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라며, “실제 중국업체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대폭 상승하면서 삼성 점유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아이폰의 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삼성은 일단 폴더블폰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며, 현재 베트남 공장의 갤럭시Z폴드3·플립3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폴더블폰 신제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 설비 증설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