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임원 급여는 차장급...사기 위축...HMM 여유자금 방만 운용
해운재건을 위해 지난 2017년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HMM에 지원했던 제191회차 영구전환사채 6000억원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의 경영정상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해운재건을 명분으로 HMM 지원에 나선 정부기관이 당초 목적은 외면하고 젯밥만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3000억원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데 이어 또 다시 해진공이 또 다시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의 공공 지분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남은 영구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민영화는 물론, 경영정상화도 사실상 어려워지는 셈이다. HMM의 주가는 지난 5월28일 최고가 5만1100원에서 27일 2만6900원으로 하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HMM, 1인당 영업이익 40억원인데 얼마나 더 벌어야 경영정상화?
해진공은 주식전환의 명분으로 'HMM의 경영정상화'를 내세웠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55%에서 지난 2분기말 140%로 개선됐다. 연말에는 100%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말 9808억원에 이어 올해는 6조44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1인당 영업이익이 40억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률은 50.7%로 추정된다. 상장기업 중 이 정도 수준의 수익구조를 갖춘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진공은 HMM의 경영정상화가 완료될 때까지 '책임경영'을 하겠다고 주식전환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상장회사 중에서 이 정도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HMM의 경영정상화는 핑계에 불과하고 해수부와 해진공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내년 국제 해운사들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6% 늘어날 전망이다. HMM은 유럽노선을 포함한 내년 주요 장기계약을 대부분 연말까지 체결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컨테이너운임지수로 많이 쓰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2주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예년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높다.
드류리의 전망대로면 내년 HMM의 영업이익은 7조원을 상회할 것이다. 올해 6조4445억원을 합쳐 2년 동안 약 14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HMM 직원 숫자를 감안하면 1인당 1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해진공이 말하는 '경영정상화 완료'의 기준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경영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은 산은과 해진공
HMM의 경영정상화의 실질적인 걸림돌은 산은과 해진공으로 보인다.
산은과 해진공은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지원했다'면서도 공적자금 회수는 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HMM이 조기상환을 할만큼 충분한 여유자금이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조기상환 청구에 주식전환으로 답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회수해 국고에 환수할 생각은 없고, 이를 이용해 해진공을 해수부의 안식처로 만들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HMM은 해진공 직원들의 앵벌이 조직으로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해진공의 사택수는 30채에 달해, 임직원 5명 중 1명꼴로 사택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22억원 상당의 부산 해운대구·수영구 일대의 랜드마크급 오피스텔 및 고급 신축 아파트 등도 포함됐다.
지난 2017년 제1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설립된 해진공의 근속연수는 최대 4년인데도, 직원 평균 급여는 9500만원에 달한다.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은·해진공, HMM 경영정상화엔 관심 없어...HMM임원 급여는 차장급
27일 HMM 관계자에 따르면, HMM 임원들의 급여가 차장급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임금협상으로 직원들의 급여는 지난해보다 8%가 올랐고 성과급도 350%가 지급됐다. 연말에 300%가 추가로 지급되면 실질 급여는 경쟁사보다는 낮지만 상당히 현실화 되는 셈이다.
하지만, 18명의 미등기임원의 급여는 1억5000만원도 안된다. 이는 HMM 차장급 급여액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원보다 부장급 직원의 급여가 더 많은 셈이다. 이 관계자는 임원들의 사기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산은과 해진공이 임명권을 가진 5명의 HMM 등기임원들의 급여는 1인당 4억원이 넘는다.
또한, 지난 15일 국회 국감에서는 산은이 HMM의 여유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해 도덕적으로 해이하다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주채권단인 산은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HMM의 여유자금은 4조원을 넘는다. 이 자금으로 산은이 올들어 9개월 동안 올린 수익은 고작 2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영구채 이자율은 연리 3%로 HMM의 지급액은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산은·해진공, HMM의 경쟁력 제고위해 공개입찰 통한 민간에 매각해야
해진공은 국민의 혈세로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의혹을 피하고 싶다면, 당초 지원목적이었던 영구채를 모두 조기 상환받고, 국고에 환수시켜야 한다.
또한, 해진공 지분을 100% 보유한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HMM의 실질적인 경영정상화가 이뤄진만큼 HMM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해진공 직원 70%를 감원해야 한다. 이들의 소임은 당초 HMM을 지원해 회생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산은도 남은 영구채를 전량 조기상환받아 국고에 귀속시키고 HMM이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점에서 공개입찰을 통한 민간 매각을 서둘러 HMM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지난 13일 수출입은행 방문규 행장은 대한항공 전환사채 관련 국회 국감 관련 답변에서 투자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식전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산은과 해진공도 당초 기관의 설립 목적과 지원 목적에 부합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