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퇴직 연령층 ‘40대’도 상당수
올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희망퇴직자 수도 역대급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금융 전환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은행들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우호적인 희망 퇴직 조건을 내건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계 은행 희망퇴직자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은 6년 만에 최대 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몇 년간 희망퇴직자 수는 ▲ 2015년 962명 ▲ 2019년 154명 ▲ 2020년 29명 그리고 지난달 29일 약 500명이 은행을 떠났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은 만 42~50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 임직원 대상으로 최대 6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시기에 따라 경영 환경이나 인력구조 및 수급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15년 이후 대규모 희망퇴직이 실시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영업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은행의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경영지표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영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함이다”고 전했다.
소매금융 단계적 철수에 들어간 한국시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임직원도 대상에 포함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씨티은행 노사는 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에 협의한 상태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과 무기전담 직원 중 희망퇴직자에게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최장 7년)만큼 기준 월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직위·연령 등 제한 없이 지급 최고 한도는 7억원이다. 시중 은행보다 높게 책정된 특별퇴직금에, 전체 3400여명의 씨티은행 직원 중 소매금융 중심으로 최소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수도 크게 늘었다. KB국민은행 희망퇴직자수는 ▲ 2018년 407명 ▲ 2019년 613명 ▲ 2020년 462명에 이어 올해 1월 30일 800명이 희망퇴직 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 급여, 학기당 350만원씩 최대 8학기 학자금 지원, 최대 3천 400만원 재취업지원금, 퇴직 1년 후 계약직 형태 재고용 기회 등 조건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각각 220명, 130명씩 총 350명이 은행을 떠났다.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급을 지급했다.
우리은행 지난 1월말 희망퇴직자 수는 468명으로 지난해(326명) 대비 142명 늘었다. 하나은행도 12월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시작한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 수가 ▲ 2019년 369명 ▲ 2020년 574명으로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어 올해 희망 퇴직자 수도 지난해 규모를 훌쩍 넘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금융 전환에 따른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 점포 통폐합 등으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 등이 맞물리며 예대 마진 확대 등 결과가 최대 실적을 이끌며 파격적인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할 여력도 생겼다. 희망퇴직 신청 가능한 연령도 40대로 낮춰져 우호적인 퇴직 조건을 기회 삼아 더 늦기 전에 제2의 인생을 목표로 조기 퇴직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 수는 최소 4000명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대 규모 희망퇴직을 바탕으로 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며 전문 디지털 인력 채용 및 양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