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자본시장 간 차이 극복 과제
-“국내 금투업계, 탄소중립 공표해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을 다룬 연구가 나와 이목을 끈다.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은 17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자본시장의 변화와 발전과제> 연구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기후금융과 전통 자본시장 간의 조화를 찾는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측정 및 감축하는 탄소중립 정책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기후금융, 파리협정 이후 큰 폭 늘어나…"8배는 더 커야"
금융 기관은 기후문제를 다룰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기후금융의 공급주체다. 금융기관은 투·융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통해 탄소 배출량에 근거해 자본을 배분하는 등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에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부문이 저탄소 배출 및 기후 복원력 개발로 향하는 경로와 함께 가도록 만든다(제2조)"는 등의 조항을 두기도 했다.

이에 파리협정 이후 글로벌 기후금융 조달(투자)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기후금융 조달액은 6320억 달러(약 750조원)로 전년대비 25%, 파리협정 채택 이래 7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을 이루기까지 여전히 부족한 규모다. CPI,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관련 기관이 추정키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후금융자금은 2030년까지 연간 5조 달러에 달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원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재정을 포함하여 금융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기후금융 규모는 단기간에 8배 이상 확대되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금융과 자본시장의 만남, 가능할까…패러다임 통합 필요
보고서는 기후금융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이같은 양적도전과 더불어 여러 금융부문 중 특히 자본시장의 역할에 주목한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자본시장의 배출량 저감 효과는 은행보다 더 크며, 구체적으로 자본시장 조달 비중이 1%p 늘어날 때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0.024메트릭톤(1메트릭톤=1000kg) 감소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에 송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통한 저탄소경제로의 이행 압력이 커질수록 기후금융에서 자본시장의 활용도는 점점 강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이를 위해 전통 자본시장의 체질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기후금융과 전통 자본시장은 투자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ESG 적용범위 확대, ESG 평가 투명성 확보 및 탄소 배출권시장 발전 등을 체질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기후금융은 다른 한편으로 자본시장의 체질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기후금융과 자본시장의 조화를 위해서는 기후금융 속성을 기존 자본시장 패러다임에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국내 금융기관 11%에 그쳐
무엇보다 그는 국내외 자본시장이 기후금융을 견인하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주로 금융투자업)의 탄소중립 전략발표가 필수불가결 하다고 본다.

금융권의 탄소중립은 타 부문과 달리 해당 기관의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측정 및 감축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로드맵·이행계획 등을 따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의 전 단계격인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지지를 밝힌 글로벌 금융회사는 2020년 약 1000개사로 늘어났으나 다른 분야와 비교해 참여율이 부진하다.
국내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비영리 환경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국내 100대 금융기관 기후변화 정책 평가>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금융기관 중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기관은 총 16곳으로 이 중 구체적인 감축계획은 밝힌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각각 2곳이다.
기후솔루션은 "금융기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기후변화 위험 관리 계획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평했다.
송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넷제로를 탄소중립으로 인한 규제비용으로 인식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저탄소분야로 부가가치가 이동하는 글로벌 자산시장 흐름을 따라 자산배분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동시에, 그린워싱(친환경 위장행위)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자본시장의 발전전략이자 투자자보호 장치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