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동욱 원자력학회장 "원전, RE100에 기여...RE100 궁극적 목적은 온실가스 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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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동욱 원자력학회장 "원전, RE100에 기여...RE100 궁극적 목적은 온실가스 저감"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0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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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100, 재생에너지 확대 지향 캠페인... 재생에너지만을 위한 것 아냐"
– "구글, 원자력 포함 무탄소 에너지 이용을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최근 RE100보다 ZC(ZERO CARBON)100 부각"
- "EU, 핵폐기물 심층지하처분 현실적 대안으로 봐...2050년까지 처분장 건설해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논란 중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과 원자력발전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최종 분류하면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탄소중립과 함께 탈원전(또는 감원전)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한 이래 에너지는 역사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와 결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서 <녹색경제신문>은 에너지시스템공학 전문가인 정동욱 원자력학회장을 찾아 탄소중립과 원전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편집자 주>>

정동욱 교수 [사진=녹색경제]

지난 3일 대선 토론에서 화제가 됐던 용어가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다. 감원전을 주장하는 후보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후보에게 이 용어를 아느냐고 물었다. RE100은 원전을 배제하는 개념인가?

RE100(Renewable Energy100%)은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이라는 단체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라는 영국의 비영리 기관과 함께 운영하는 캠페인이다.

이들은 민간단체여서 RE100도 국제협약은 아니다. 하지만 이캠페인에 구글, 애플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하고 있고 요즘 화두인 기업의 ESG경영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K그룹이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했으며 향후 가입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서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기업의 모든 활동, 제품 생산은 물론 심지어 종업원의 출퇴근에 필요한 에너지도 재생에너지 이용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정작 RE100에 대한 오해는 재생에너지 100% 이어야만 된다는 주장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재생에너지만으로 100%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해야만 한다면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RE100에 가입하면 기업활동에 쓴 에너지 명세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에너지 사용을 스코프(Scope) 1,2,3의 세 종류로 제시한다.

Scope1은 재생에너지를 전력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구매계약서나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제시하면 된다.

Scope2는 기업이 전력망을 통해서 전기를 구매해서 사용할 때 재생에너지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경우다. 이 때 재생에너지와 같은 효과를 내느냐는 판단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도, 즉 전력망으로부터 구매한 전기 생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준이라면  이것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전력망에서 구입하는 전기가 원전에서 공급된다면 RE100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RE100이 100% 재생에너지여야만 한다는 것은 Scope2를 간과한 오해다.

Scope3는 종업원의 출퇴근 등 기업의 기타 간접적인 활동까지 포괄하는 카테고리다. 

이러한 RE100의 한계 때문에 구글은 지난 2018년 '24×7 카본 프리(Carbon Free)'를 기업의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삼았다. 24×7은 24시간 일주일(7) 내내, 즉 상시적으로 무탄소 에너지이용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이다.

데이터 센터에 24시간 일년 내내 중단없는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은 구글같은 인터넷 기업에게는 생존을 의미한다. 구글이 데이터 센터에 공급하는 전력량은 서울시 사용량의 2/3에 맞먹는다. 

구글은 자체 보고서에서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핀란드의 경우 풍력 발전 외에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구글은 RE100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지만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을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강조하고 있고 미래에 탄소포집 및 저장(CCUS)과 같은 기술에 대한 기대도 밝히고 있다.

구글이 원자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외신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작년 12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국제에너지정책 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Advancing corporate procurement of zero-carbon electricity in the united states: Moving from RE100 to ZC100)에서도 재생에너지 100%를 표방하는 RE100에서 진정한 탄소중립으로 가는 ZC100(Zero Carbon 100%)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의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RE100과 함께 탄소배출 제로(0)를 지향하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여러 논란 끝에 원자력을 친환경에너지로 최종 확정해 그린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포함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 내용과 의미에 대해 말해달라

이번 EU택소노미 개정의 핵심은 가스발전과 원자력을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에너지원으로 제한적 이나마 인정한 것이다. 

택소노미(Taxonomy)는 분류체계다. 예를들면 생명체를 생물학적 특성으로 동물과 식물, 포유류, 양서류 등으로 포유류에서도 인간을 영장목으로 분류하는 방식의 과학적 체계를 의미한다.

EU 택소노미는 EU에 가입한 27개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정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는 목적은 탄소중립을 위한 EU의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자금 조달과 투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EU택소노미는 투자 내역과 활동을 공개해야 하는 강제성이 있고 택소노미에 포함여부는 해당 산업의 미래 전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의 정책 설정이나 기업의 경영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 EU 택소노미 개정에 원자력이 포함되면서 여러 조건이 붙었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2050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 문서화된 국가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소요되는 비용과 자금조달 방안도 포함한다는 전제 하에 신규 원전은 2045년까지 건설허가를 취득하는 프로젝트라면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기존 원전의 계속 이용을 위한 개선은 2040년까지 인가를 받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가 가능하다. 2025년 이후에 추진되는 기존 원전의 계속이용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할 수 있는 문서화된 국가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인허가를 받은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계속 운전을 위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도 2025년 부터는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투자가 가능하다. 신규 원전 투자를 2045년까지 허용한 것은 2050 탄소중립에 원전이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통상 원전의 건설은 계획상 5년을 잡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전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핵폐기물이다. 어떤 처리 방안이 있는지 말해달라

EU택소노미가 원전 투자의 조건으로 핵폐기물의 심층지하처분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간주해 제시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처분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건은 신규 원전 도입의 장애 요인이라기 보다는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유럽연합 국가들에게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의 해결을 보다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원전 운영국보다는 새로 원전을 도입하는 폴란드 같은 나라가 원전 건설과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원전 도입국은 도입 초창기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라고 권고하고 있어 EU택소노미 개정안은 이와 같은 선상에 있는 셈이다.

또한 2025년 이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사용을 신규 원전과 계속 운전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견 신형 핵연료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사고저항성핵연료가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 발전소에 시험연소 중이고 USNRC의 ATF 심사계획에 의하면 내년까지 심사를 마칠 계획으로 2025년까지는 인허가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EU택소노미에 이 조건을 붙인 것은 사고저항성 핵연료가 원전의 중대사고 가능성을 보다 더 낮추는 등 안전성 기여가 높아 원자력 산업계에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과 실용화를 위한 투자를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EU택소노미 개정안에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제4세대원전에 대한 기술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며 신규원전 건설은 제3세대+ (Gen III+) 원전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이미 5년 전부터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이며 작년부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심사기준 수립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 상황으로 준비는 하고 있으나 이번 EU택소노미 개정 취지를 감안해 사고저항성핵연료의 개발과 실용화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국내에서 사고저항성핵연료의 개발과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특히 동유럽 수출 시 해외의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써야 할 수도 있으나, 계약과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사고저항성핵연료의 개발이 다소 늦어져도 국산 핵연료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도 우리나라는 이미 사용후핵연료처분정책 재검토위원회를 통해서 처분의 기본 방향이 정부에 제안됐다. 처분과 관련된 기술개발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29년까지 추진이 확정돼있고 사용후핵연료처분장 건설은 2040년대 시작해서 2050년대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EU택소노미의 취지를 감안해 더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EU택소노미 개정에서는 원전의 이용을 보다 더 폭 넓게 인정해 가스발전은 2030년까지 허용한 반면에 원자력은 활용의 시간을 2050년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원전의 이용을 위해 내건 조건에 대해 과도한 것이 아니냐 또는 불가능한 것을 걸어서 원전의 확대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원전추진국들에게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라는 원전의 근본적 이슈 해결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달라

정부는 작년 말 K택소노미를 제정하면서 가스는 포함했으나 원전은 배제했다. 탄소중립은 세계가 함께해야 한다. 따라서 K택소노미에서도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

EU택소노미에서 신규원전은 물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한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신규 원전을 금지하고 계속운전을 불허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을 차기 정부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또한 EU택소노미의 개정으로 원전을 추진하는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의 그린 딜은 물론 서유럽 국가의 투자기관으로부터 원전 건설과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받기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서라도 K택소노미는 서둘러 개정돼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 학사, KAIST 원자력공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OECD/NEA) Gen-4 기술사무국 기술조정역,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 약 5000명의 회원을 둔 한국원자력학회 제3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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