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측 "사회적합의 당사자 재소집, 새롭게 합의할 것"
CJ대한통운, "파업종료 환영, 본사 점거는 법에 따라 대응"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 연합과 합의를 통해 64일만인 지난 2일 파업종료를 밝혔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은 부속합의서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합의했지만 '택배요금 인상 배분' 등 사회적합의 이행 여부 문제가 잔재해 주목된다.
지난 2일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장은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한다”며 대리점연합과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은 ▲기존 계약관계 유지 및 개별 대리점과 표준계약서 작성 후 현장 복귀 ▲대체 배송 방해 금지 ▲현장 복귀 즉시 부속합의서 논의 시작 후 오는 6월 30일까지 마무리 ▲ 대리점연합의 택배노조 조합원 상대 민·형사상 고소 및 고발 미진행 등 내용을 상호 합의했다.
택배노조 참여인원은 3일 지회별 보고대회서 합의문을 놓고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특이사항이 없다면 오는 5일 표준계약서 작성 후 7일부터 택배업무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주 6일·당일배송 ‘부속합의서’ 개선 합의
택배노조는 그간 노동자에게 불리한 부속합의서 전면철회를 요구해왔다. 특히 당일배송 원칙과 주6일제 근무를 강요하는 부속합의서 제4조 및 제12조를 문제 삼아 표준계약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표준계약서 제 9조1항은 “계약 당사자는 수탁자(택배노동자)의 최대 작업시간이 일 12시간,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대리점연합은 지난 23일부터 택배노조와 대화에 나섰다. 양측은 수 차례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등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극적 합의안을 도출했다. 부속합의서 문제는 공동합의문 내용대로 현장복귀와 동시에 논의해 오는 6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다만 부속합의서 논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3일 “택배사와 직접계약 관계인 대리점은 당일배송 원칙 등을 지키지 못할 시 원청과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며 “이번 합의에서 원청의 대체배송 방해 금지가 합의된 만큼 택배사 쪽에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 쟁점 남아…
이번 택배파업의 쟁점은 ‘부속합의서’와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 문제로 요약된다. 택배노조는 이번 공동합의문을 통해 부속합의서 해결방안을 도출했지만 요구사항 중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당초 택배노조가 촉구해온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 문제가 잔재해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6월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정부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합의’를 도출하고 택배요금 인상분을 택배분류인력에 투입하자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270원 택배요금 중 일부 58원만 분류비용으로 책정했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사측에 요금 사용자료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본사점거에 돌입해 파업사태가 악화됐다.
사회적합의 이행 문제는 대리점과 관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CJ대한통운 측의 교섭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CJ대한통운 측이 “원청의 교섭의무가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만큼 응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3일 <녹색경제신문>에 “사회적합의 이행 문제는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사회적합의 당사자들을 재소집해 논의기구가 만들어지면 새롭게 합의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6월 사회적합의기구 참여 주체인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국토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파업종료를 환영한다면서도 본사 점거 사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간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