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는] 유럽국가들,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태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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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외는] 유럽국가들,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태도 전환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2.04.0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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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전 필요성 재고
- 핀란드, 벨기에, 영국 등 親원전 행보 속속
벨기에 안트페르펜 소재 원전. Photo: Nicolas Hippert. Source: Unsplash
벨기에 안트페르펜에 위치한 도엘 원전. Photo: Nicolas Hippert. Source: Unsplash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부합하기 위해 지난 약 40년에 걸쳐 추진해온 탈(脫) 원자력발전 정책이 뒷걸음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월 24일 새벽(현지시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러시아-유럽 간 주요 가스 공급망 폐쇄, 유럽 에너지 시장 혼란, 에너지 의존도 높은 산업부문 및 생활비 인상 등 당면한 경제적 위협에 대한 대책으로 일부 EU 회원국들은 新 원자력 발전소 건설, 폐쇄된 원전 재가동, 원전 폐쇄 예정일 지연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新 원자력 발전소 가동 들어가

지난 3월 12일, 러시아 연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유럽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새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에 들어간 국가가 됐다. 이날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제3호(Olkiluoto 3, 운영업체: TVO)’ 핵발전소의 원자로의 시험 가동을 시작하고 조만간 원자력 발전된 전기를 전국 전력망으로 송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英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올킬루오토 제3호 신 원자력 발전소는 핀란드의 총 전기 수요량의 14%를 공급하는 한편, 기존 러시아, 스웨덴, 노르웨이에 대한 화석연료와 전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英 에너지 시장 분석연구소인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Aurora Energy Research)는 로이터통신 기사를 빌어 분석했다. 핀란드는 프랑스와 더불어 친원전 입장을 고수해온 EU 회원국들 중 하나다.

벨기에—단계적 원전 폐쇄 유예하기로

그런가 하면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입각해 오는 2025년 완전 탈원전을 목표로 단계적 핵발전소 폐기를 해오던 벨기에 정부는 지난 3월 18일 탈원전 절차 시행 유예를 청허했다. 

20년 전 벨기에 연방 집권정부와의 연정 협상에서 2025년까지 완전 탈원전을 조건을 내걸었던 벨기에 녹색당이 그 같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유턴 안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더 주목된다.

벨기에는 그동안 전력 발전에 필요한 원유 및 가스의 90%를 수입해야 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은 국가로, 오는 2025년까지 가스 원료 화력발전,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열 등), 축전지 시스템, 수입 전기 체제로 이행을 추진해왔다.

3월 초, 녹색당 소속인 틴네 반 데어 슈트레텐(Tinne Van der Straeten) 벨기에 에너지부 장관은 “점진적 탈원전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 중에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및 공급 불확실성으로 인해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이행에 차질이 발생했다”라고 말하고, 그에 대한 과도기적 대안으로써 원자력 발전소 가동의 불가피성을 옹호했다.

현재 벨기에는 총 7군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최근 건설된 원전 두 곳 — 도엘 4호와 티항게 3호 (운영사: 佛 전력기업 앙지(Engie)) — 에서 발전되는 전력량은 벨기에서 소비되는 전기 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벨기에 정부는 도엘 4호와 티항게 3호 등 두 원자로의 재가동 이외에, 이미 폐쇄 및 해체 과정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들의 복구 및 재가동에 사용될 첨단 소형 모듈러 원자로(SMR) 응용을 위해서 향후 4년 동안 1억 유로(우리돈 약 1조 35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영국 — 적극적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

최근인 3월 21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다우닝가 집무실에서 핵발전 산업 부문 수장들과 회동한 후 신재생에너지 부양 정책과 나란히 원자력 발전 보유력을 증강할 의사를 밝히고, 오는 2050년까지 영국 총 전력의 25%를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핵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원전 확장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총 6군데의 원자로에서 총 전력 소비량의 16%가 생산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타결 후 EU로부터 탈퇴했으나 오는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기후변화 대응 탄소∙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목표를 수행해야 할 임무를 안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러시아산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풍력 및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의 예측불가능성 및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친원전 정책에 회의적인 리시 수낙 재무장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영국 재무부는 8곳의 새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영국화 130억 파운드(우리 돈 약 174조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英 일간지 텔레그라프가 전했다.

독일 — 핵에 대한 깊은 불신 여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전 국민들의 DNA 깊숙이 각인돼있는 독일의 경우, 3월 8일 열린 러시아 에너비 관련 정부 에너지 대책 질의회에서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 부총리와 슈테피 렘케(Steffi Lemke) 환경부 장관은 기존 반원전 정책을 고수할 것을 재확인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前 총리 시절부터 추진해 온 핵발전소 17곳의 단계적 폐쇄 계획을 차근차근 완결해 나가고 있다. 낙후된 원자로 8곳은 영구 폐쇄한다는 결정을 구체화했으며, 현재 가동중인 원자로 3곳도 올 연말까지 영구 폐쇄한다는 계획도 변함없다.

한편 현재 운영중인 원전의 완전 폐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마르쿠스 죄더(Markus Söder) 바이에른주(州) 주지사는 작동 중인 원전들을 폐쇄하기 보다 향후 3~5년 연장 운영하면서 노후된 설비를 첨단 설비로 교체해 나가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자료: EURACTIV).

유럽에서 원전은 늘 매우 민감한 쟁점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로 구성된 5개 반원전파 국가에서 원전은 정치적 금기어와 다름없을 만큼 대중의 거부감이 크다.

최근 원자력 에너지 안전성을 감독하는 국제 원자력 기구(IAEA)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반감 다스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예컨대, IAEA는 최근 3월 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원자로 총 15곳 중 8곳의 시설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과 화재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가동이 가능할 만큼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원전은 가동 시 환경에 유해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다소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수 있고 핵 사고의 위험성과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보관 문제가 우려돼왔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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