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 2개(SK, 대한상의)도 힘들었는데 앞으로 3개(부산엑스포)를 쓰게 됐다"
- SK그룹, 올해 재계 2위 올라...대한상의, 재계 대표 경제단체 위상 제고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계의 리더 '맏형'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총수로서 역할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을 맡아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을 재계 2위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대표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고,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과도 '호형호제'하는 등 소통을 이끌며 재계가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 이어 23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 한일 경제협력 등을 논의한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물론 현지 기업인들과 만날 계획이다. 특히 일본상공회의소는 오는 29일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하반기 한일 회장단 행사를 통해 일본과의 교류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부터 중단된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는 10월에 정례로 열렸으며 올해는 11월에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과는 그간 외교문제로 경제분야 교류·협력이 약화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 개선이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1인 3역'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대체로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다. SK그룹 경영은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위상 제고 및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전면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
최태원 회장은 "모자 2개(SK 회장, 대한상의 회장)도 힘들었는데 앞으로 1년 동안 모자 3개(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를 쓰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달 부산박람회 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까지 맡을 것으로 보여 책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를 비롯 10대 그룹이 하나로 뭉쳤고 경제계가 내 일이라 생각하고 뛰겠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총력전에 돌입했다. 최태원 회장은 “골인 지점에 먼저 들어가겠다”며 성공적인 유치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최태원 회장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디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과 만나고 각국 대사들을 접견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양국 경제협력 공로로 최고 권위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프랑스 교민들과 만나 “SK그룹을 비롯한 10대 그룹이 이미 하나로 뭉쳤고 이제부터 경제계가 내 일이라 생각하고 뛰겠다”며 “프랑스 동포들도 힘을 합쳐 2030월드엑스포를 유치해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고 후세에도 그 유산을 물려 주자”고 독려했다.
프랑스 등 참석 국가들은 최태원 회장과 한덕수 총리에게 ICT(정보통신기술),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관련 산업에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각국 상공회의소와 소통 채널을 만들자"라고 화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덕수 총리와 함께 7월 중 구성되는 부산박엑스포 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맡을 전망이다. 이제 3개 모자에 이어 부산엑스포 공동위원장까지 4개의 모자를 쓰게 되는 셈이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대한 화답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공식방문하게 되면 경제사절단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외교사절로서의 일정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
최태원 회장, 'ESG 전도사'로서 경제계 확산 주도...대한상의, '국가발전 프로젝트' 이끌어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를 명실상부한 재계 대표 경제단체로 만들었다.
최태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한미 정상회담이 대한상공회소 위상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최태원 회장이 정상회담 기간 양국 정부와 기업간 가교 역할은 물론 미국 싱크탱크, 지역사회까지 이어지는 광폭 행보에 나서며 한국 재계의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알린 덕분이다.
최태원 회장의 미국 네트워크는 오랜 기간 구축됐다. SK그룹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 연구소 등 워싱턴 싱크탱크와의 오랜 관계, ‘SK 나이트’ 등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정재계에 한국 기업을 알려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데도 최태원 회장의 역할이 크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전부터 기업의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그는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출간한 뒤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 실행 방안 및 평가 방법론 등 그만의 탄탄한 ESG 경영 철학과 실행력은 'ESG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했다. 또 최태원 회장은 ESG에 더해 '신기업가정신'을 불어넣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국가발전 프로젝트’도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국가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직접 공모하는 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은 오는 7월 13~15일에는 3년 만에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도 참석한다. 제주포럼은 국내 최고 역사, 최대 규모의 기업인 하계포럼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되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재개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가치 기반 'SK 경영시스템2.0'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총수로서의 역할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해외 출장에 앞서 지난 17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가치 기반의 'SK 경영시스템2.0'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며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대응책을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가치는 재무 성과와 미래 성장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EV) 외에도 사회적 가치(SV), 유무형의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 중 어떤 요소를 끌어올리고, 어떤 요소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높일지 분석해, 이해 관계자의 더 큰 신뢰와 지지,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성과로 SK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2위로 올라섰다. 2006년 LG를 밀어내고 3위에 올라선 지 16년 만이다. 당시 55조 원 수준이던 자산총액은 5배, 56개였던 계열사는 3배 이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SK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 원으로 삼성(483조9190억 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현대차의 자산총액은 257조8450억 원이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를 강조하면서 성장동력 발굴로 자산이 커졌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이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는 발판이 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최근 ‘BBC(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 등에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주문한 경영시스템 개선에 따른 미래성장동력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이 여러 역할에서 '마이더스의 손'처럼 성과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소통 리더십' 등이 꼽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태원 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 총수들과 차별화된다"며 "재계 '컨트롤타워 역할'은 물론 어떤 포지션도 소화하는 1인 다역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