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디젤 차량, 성능 개선으로 효율성↑...15.5km/ℓ 연비에 소비자 '만족'
- 렉서스, PHEV·BEV 첫 출시..."탄소중립 방법이 반드시 전기차 전환은 아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중립을 이룩하기 위한 방향성으로 전기차 개발 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들의 성능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어 주목된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무려 30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구성할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가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렉서스 등 굴지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앞서 내연기관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의 효율성 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내연기관 차량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새로운 차량은 신차 연구에 한번 돌입하면 5년 후에나 완성된 차량이 나온다고 봐야 한다. 지금같은 격변의 시기에 섣불리 잘못된 방향으로 연구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자신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을 예로 들었다. "디젤게이트 사건이 크게 터지기는 했지만, 지금 판매되고 있는 폭스바겐 차량들은 디젤게이트 이후에 승인이 난 차량들이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통과한 차량이라는 뜻이다. 기존 차량보다 연료의 효율성이나 성능 등을 한층 개선했다. 디젤 엔진 관련된 기술이 그만큼 높음을 의미"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실용성과 효율성을 개선한 신형 아테온을 앞세워 디젤 차량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값을 뛰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15.5km/ℓ 라는 높은 효율을 보임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늘어서다. 고속도로 주행시에는 20km/ℓ가 넘는 연비를 기록한다. 이같은 이점으로 인해 아테온은 지난달에만 507대가 판매됐다.
완성차 업체인 렉서스도 이와 같은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최근 렉서스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후 PHEV)인 NX 450h+와 하이브리드(이후 HEV) NX 350h 그리고 렉서스 최초의 전기차(이후 BEV) UX 300e를 선보였다. 탄소중립과 전동화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를 외치며 전동화를 앞당기려는 이유는 사실 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것이다. 탄소 중립의 방향성이 전기차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수소연료 자동차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내연기관과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겠지만, 이윤 창출에 집중할 거라며 현재 보유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탄소중립 규정에 의거해서 기업들이 움직이는데, 이는 결국 비용과 관련된 얘기다. 이산화탄소 배출 1g당 97유로의 벌금을 내게 되는데, 이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꾸준히 출시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같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규 투자분에 대해 빠르게 이윤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렉서스의 경우 PHEV 차량과 관련된 기술이나 특허가 상당히 많다. 이를 통해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 내면서 향후 전고체 배터리에도 이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의 배터리보다도 고가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PHEV처럼 내연기관 모델에 전고체 배터리를 조금씩 탑재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이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이 위원은 "내연기관에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독일이나 일본은 HEV·PHEV 차량들을 판매하겠지만, 결국에는 BEV 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PHEV의 세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라며 "결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과 HEV·PHEV·BEV·전기차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