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보다 10%p 낮은 수익률…경제구조 영향
“경기침체 우려 완화돼야 반등 가능할 것”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는 가운데 국내증시가 유독 큰 낙폭을 보이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해 하락폭이 두 배 더 크다. 경기침체 우려 속 반도체, 수출 중심 경제구조가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환율은 2009년 이후 달러 기준 1300원을 돌파했고 무역적자는 1956년 이후 반기기준 역대 최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 속에서도 6월 들어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전 세계 주요 증시 중에서 큰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중국증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는 하락하는 독특한 현상 마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이틀 연속 연저점…외국인 16거래일 중 15일 ‘셀코리아’
23일 코스피가 이틀 연속 연저점을 찍었다. 전 거래일 대비 1.22%(28.49포인트) 하락한 2314.32다. 경기침체, 긴축불안 등 복합적 요인에 개인과 외국인이 발을 뺀 영향이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722억, 296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기관이 홀로 9267억원치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지시각 22일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률은 매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의 이러한 공개발언에 기업 수출둔화, 실적악화 등을 우려한 개인이 장을 빠졌다.
특히 외국인은 6월 들어 단 하루(11일)를 제외하고 15거래일 순매도세다. 일평균 매매규모는 3264억원. 가팔라진 긴축영향이 크다. 다음 달 미국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면 한미금리는 역전된다.
김 연구원은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한 만큼 7월에는 한국, 미국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상승과 외국계 자금의 한국 자본시장 이탈 우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투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나스닥’빼고 미국·유럽 증시보다 낙폭 큰 한국증시
23일 기준 코스피는 연중 22.57%(674.4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 3대지수 다우존수 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나스닥지수는 각각 16.15%, 20.87%, 29.06% 내렸다.
이 기간 중 유럽 종합지수 스톡스(STOXX)600는 17.26% 내렸다. 주요 국가별로 프랑스 까그(CAC) 17.74%, 독일 닥스(DAX) 지수는 18.47% 하락했다. 반면 영국 FTSE100 지수는 5.78% 내리며 유독 강한 모습이다. 에너지주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나스닥 지수를 제외하곤 국내증시는 유럽·미국 증시보다 낙폭이 큰 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금리인상에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통상 금리(할인율)가 오르면 미래가치 반영폭이 높은 기술·성장주 주가는 그만큼 조정폭이 커진다.
중국, 일본과 비교해 10%p 낮은 수익률…“반도체, 수출둔화 결정적”
중국, 일본증시와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3일 기준 닛케이225지수, 토픽스지수는 각각 연중 10.68%, 8.79% 내렸다. 홍콩 항셍지수, 중국 본토 상해종합주가지수는 각각 8.69%, 8.59% 하락했다. 코스피를 10%p 넘게 웃도는 수익률이다.
이러한 차이는 반도체주 비중이 높은 국내증시 구조에서 비롯된다. 기술·성장주에 속한 반도체주는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 업황둔화도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는 오는 3·4분기 D램 가격이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기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연중 29.81%, 26.97% 내려 코스피보다 하락폭이 더 크다. 이들 두 종목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중 22% 차지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중국증시와 차별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 국내증시와 대만 증시간 동조화현상은 강화되고 있다”며 “기술주 조정과 더불어 경기둔화 압력확대에 따른 IT수요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외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여타 기업실적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누적 기준 154억6900만 달러다. 전년 131억8600만 달러 ‘흑자’와 비교해 상반된 수치다. 상반기 기준 1956년 이후 최고 적자폭이 유력하다.
박 연구원은 “(그나마 위안거리인) 원자재 가격하락이 침체리스크를 반영하고 있어 마냥 반길 수도 없다”라며 “(다만) 경기와 물가간 균형점을 찾는다면 물가안정과 무역 수지가 하반기 개선될 여지는 있다. 경기와 물가간 균형찾기라는 어려운 게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