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게이란렌) 회장과 부회장을 잇달아 만나 한일 기업 간의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광폭행보로 양국 관계 복원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민간 외교관의 역할에 나선 셈"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키로 하는 등 한일 민간 네트워크 복구에 나섰다"고 전했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일 '한·일 재계 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과 만찬을 가진 데 이어 5일에는 히가시와라 토시아키 경단련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을 승지원에서 만나 오찬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동안 소원했던 한일 기업 간의 교류 활성화를 제안하고, 원자재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양국 기업들이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도쿠라 경단련 회장은 스미토모화학 회장이고,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 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 때부터 인연이 깊은 스미토모화학은 2011년 삼성전자와 함께 'SSLM(Samsung Sumitomo LED Materials)'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갤럭시 폴드' 등 삼성전자 제품에 스미토모 필름이 적용되기도 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과 히가시와라 부회장은 양사 간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히타치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사로써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공급 받는 중요한 고객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경단련 회장단과 연이어 회동하면서 향후 민간 차원의 한일 간 협력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규제의 타깃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 개선이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경단련의 회장이 만난 것은 새로운 한일 협력 관계 구축에 결정적 역할이 예상된다.

1946년 설립된 경단련은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 1494개,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등 주요 업종 108개 단체 및 지방 경제단체 47개 등으로 구성된 일본 최대 경제단체다. 회원 기업 간의 이견 조정과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일본 내 방대한 인맥을 갖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2019년 9월에도 일본 재계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에 한국기업 인 중 유일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초청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다. 일본 파트너사들은 일본 정부의 엄격히 통제 와중에도 삼성전자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소재 공급을 이어간 것도 이재용 부회장이 쌓아온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봄철에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해 신춘(新春) 인사회를 갖는 등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출범시킨 일본 핵심 전자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체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회원사들과도 지속해서 교류하며 양국 기업 간 신뢰 구축에 공을 들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다. 손정의 회장은 2013년, 2014년, 2019년 한국을 찾았을 때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