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L 가솔린 터보 엔진...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 전장 4880mm, 전폭 1935mm, 전고 1850mm...공차중량 2345kg
"지프니까 괜찮아"
시트 조절을 수동으로 해야 하고 통풍시트가 없고 차선 유지 기능이 없고 풍절음이 크다. 그래도 괜찮다. 지프니까. 랭글러니까.
지프는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다. 지프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각진 군용 SUV라면 '찝차'라고도 부를 정도다. 그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기술들을 대거 탑재하고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과거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지프는 그 전통적인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에 랭글러 등록대수는 1075대며, 그중 4xe 오버랜드 파워탑의 등록대수는 107대다. 4xe 모델이 900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9.95%의 제법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걸까. 지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4xe (이후 랭글러 4xe)를 만나봤다.
Exterior | 시선 강탈 '오버휀더'에 균형잡힌 외형 디자인
랭글러 4xe 첫인상은 말 그대로 '찝차'다. 전면부를 살펴보자.
툭 튀어나온 범퍼와 그 위로 지프의 패밀리룩인 7슬롯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둥근 헤드라이트는 점차 가늘고 길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변해가는 현시대를 거스르는 것을 넘어 랭글러만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헤드라이트와 7슬롯을 감싸는 장식인 가니쉬는 오버랜드 파워탑과 동일한 유광 은색 컬러를 채택해 세련된 느낌이다.
차체가 상당히 큰 것 같으면서도 거대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랭글러만의 독특한 '오버 휀더' 디자인 때문이다.
바퀴를 감싸는 사다리꼴형 휠하우스를 극단적으로 빼내고 엔진룸은 컴패트 하게 디자인했다. 이로 인해 7슬롯은 전폭의 40%만 차지하고, 그 옆에 헤드라이트를 배치해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타사 SUV의 경우 바퀴의 윗쪽에 헤드라이트가 탑재되는 것과 달리 랭글러는 좀 더 작고 높고 견고한 이미지다.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아날로그 감성의 경첩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느낌이 강하다. 워셔액을 뿜어내는 몰딩 마저도 아날로그 감성의 표본 그 자체다.
옆면에는 지프와 오버랜드 랭글러 레터링이 운전석 쪽에 레터링돼있고, 오프로드 성능이 검증됐다는 의미의 트레일 레이티드 뱃지도 달려있다. 특히 PHEV 모델임을 증명하는 블루 컬러의 4xe 로고가 눈에 띈다.
후면에는 하드커버 안에 스페어타이어가 들어있으며, 2중으로 리어 도어를 열 수 있다.
랭글러 4xe의 전장은 4880mm, 전폭은 1935mm, 전고는 1850mm다.
실내로 들어가보자.
Interior | 아날로그 감성 물씬...실용적이면서도 투박함이 매력
운전석을 열면 비행기 운전석과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원형으로 디자인한 2개의 아날로그 계기판과 4개의 송풍구가 대시보드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다.
오프로드의 표본답게 실내 버튼은 투박하면서도 직관적인 멋이 배어나온다.
센터페시아 중앙부에는 8.4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반응 속도가 빠르며, 케이블을 연결하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행할 수 있다.
그 아래로는 실내온도 조절 장치 및 주행과 관련된 버튼으로 구성됐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창문 조절 버튼이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문을 모두 탈거한 채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차문에 들어가는 기계적 장치를 최소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어봉 옆에는 또다른 기어봉이 나지막히 솟아있다. 이는 2륜, 4륜, 4륜 파트타임, 그리고 4륜 로우로 변환하는 기어다. 빗길이나 흙탕길 등을 주행할 때 바퀴의 제어를 독립적으로 구동함으로써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1850mm의 높은 전고 덕분에 2열의 헤드룸도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게다가 창문이 넓어 2열에서의 개방감 또한 상당하다. 2열 시트에 열선은 없어 다소 아쉽다.
2열의 시트를 들어올리면 배터리팩이 등장한다. 기존 랭글러에는 수납공간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랭글러 4xe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보니 배터리가 들어있는 상황이다.
지면과 맞닿을 일이 없어 안전하면서도 알루미늄 케이스로 감싸져 충격에도 상당히 강하다. 방수 처리가 돼있어 최대 30인치 깊이의 계곡도 통과할 수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44ℓ로 상당히 넓은데다 2열을 접으면 무려 1909ℓ까지 늘어난다. 다만 2열을 접었을 때 평탄화가 되진 않는다.
주행을 시작해보자.
Power Train |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부족한 편의장치는 아쉬워
주행 전 시트 포지션을 맞추려면 왼쪽에 삐죽이 나온 밧줄을 잡아당겨야 한다. 시트의 높낮이와 전후 간격, 그리고 스티어링휠의 위치는 모두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주행 중 미묘하게 조절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주행을 시작하면 핸들과 서스펜션의 감도를 느껴볼 수 있다.
승차감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스티어링 휠 조작은 묵직한 편이다. 하지만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안정감이 있다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무게감으로 느껴진다기 보다 단단하게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
도로의 요철이나 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이 제법 전달되는 편이지만, 딴딴하게 공기를 가득 채운 공을 튀기듯이 탄력있게 넘어가는 느낌이다.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턱대고 전달하는 느낌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프의 첫 PHEV 모델인 랭글러 4xe는 2ℓ 4기통의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됐다. 이로 인해 최대 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여기에 전기모터와 15.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최종적으로 최고 출력 375마력, 최대토크 65kg.m을 발휘한다.
배터리로 인해 오버랜드 차량에 비해 330kg이나 무거워졌지만 복합연비는 12.7km/l (오버랜드 복합연비 9.0km/l)로 무려 3.7km/l나 올랐다.
고속으로 주행해보자. 소음의 경우 천장으로부터 전달되는 풍절음은 제법 높은 편이지만, 묵직한 스티어링휠과 2345kg의 육중한 바디무게 덕분에 주행 자체는 안정적이다.
스티어링휠 왼쪽편에 배치된 버튼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HYBRID'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나 속도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가 작동한다.
'ELECTRIC'모드에서는 전기만 이용하며, 'E-SAVE'모드에서는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을 실험해보자.
의아한 점은 크루즈 컨트롤(CC) 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 모두 있다는 점이다.
CC는 속도를 유지하되 앞차와의 간격 조절은 하지 않는 기능이고, ACC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간격도 조절하는 기능이다. ACC 기능을 탑재한 상황에서 CC가 따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차량이 주행중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지 항상 살필 필요가 있다.
랭글러 4xe 오버랜드와 오버랜드 파워탑의 가격은 각각 8340만원과 8690만원이다. PHEV 모델이다 보니 국내에서 판매되는 지프 랭글러 모델 가운데 가장 고가다.
같은 가격으로 같은 사양의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지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