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보다 먼저 디지털 호주 달러 통용 시험 착수
호주중앙은행은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이하 BIS)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전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에 디지털 화폐 실험 결과를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8월 9일 발표했다.
BIS는 유럽 여러 나라 사이에 발생하는 무역 차액의 결제기관 역할을 하는 국제은행으로 일명 전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서 무현금∙100% 디지털화된 암호화폐 금융 시장의 구현을 추진하는 초국가적 기관이다.
호주의 중앙은행 기관인 오스트레일리아 준비은행(The Reserve Bank of Australia)은 암호화된 호주 달러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축약 CBDC)로 시중에서 통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8월 9일부터 론칭하고 1년 동안 진행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준비은행의 협력 기관인 디지털금융협력연구소(Digital Finance Cooperative Research Centre, 축약 DFCRC) 측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의 기술적 타당성 여부는 이미 확인된 단계이며 이번 시험 운영은 국가 중앙은행 발행된 디지털 화폐의 경제적 이득을 가늠하고 그 같은 이득을 최적화하는 금융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호주 이외에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 110개국의 중앙은행들이 현금을 폐지하고 자국 통화의 디지털화 이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 美 연방준비은행은 디지털 미화 개발 작업인 ‘해밀턴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기술적으로 세련된 단계에 와있다.
디지털 미국 달러는 비트코인 기술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현금 달러에 고정(pegged to the dollar)된 안정적 암호 화폐가 될 전망이다. 이 디지털 달러는 초당 7건 거래 만 가능한 탈중앙식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초당 10만 건 동시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연방준비은행은 실시간으로 디지털 달러의 거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중국은 2021년 디지털 위안화 출시를 선언하고 이를 위해 스위프트(Swift) 세계 금융 연결망에 동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수준에 와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디지털 위안화는 이미 중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상용화 시험을 마친 상태다. 중국 공산단 기관지 ‘환구시보(环球时报)’에 따르면, 올 4월 소셜미디어로 1,500만 위안(우리돈 약 29억 원) 규모의 현금경품을 센젠성 시민에게 배포해 디지털 위안화 통화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유럽도 2021년 여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의 주도로 2년에 걸친 디지털 유로화 시험 운영에 착수했다.
최근 EU 소속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 2020년 5월 5일 ‘베를린 디지털 사회 및 디지털 가치 기반 정부 선언(Berlin Declaration on Digital Society and Value-Based Digital Government)’ 이후 디지털 E-유로(E-Euro) 도입안을 추진해 오고 있다. ‘디 차이트(Die Zeit)’ ‘타게 샤우(Tagesschau) 등 독일 유력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은 향후 2년 내로 디지털 E-유로화 통용이 착수될 것으로 추측한다.
ECB 측은 E-유로화는 또 다른 결제 대안일 뿐 현금을 대체할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EU 시민들의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저변적 회의주의와 현금 선호 취향으로 무현금 시대∙통화의 완전 디지털화에 대한 찬반 여론은 매우 팽팽하다. 예컨대, 스위스의 경우, 현금 폐지 100% 디지털 화폐로 이행 재정 정책은 헌법 상 위법이라는 사실을 들어 국민 찬반투표로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호주의 디지털 화폐 시험 운영은 여전히 전 세계 은행들과 온라인 암호화폐 거래소들 간 불일치하는 규제 및 감독 처리 기준을 일괄 정비하고 국가별 디지털 화폐 거래 실현을 서두르겠다는 초국가적 금융기관들 - BIS,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 의도의 표현이 아니냐는 평이다.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진하는 화폐의 디지털화는 감시 사회로 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디지털 통화 거래와 현금의 전면 폐지는 개인의 모든 화폐 거래 및 재정 활동이 중앙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익명성 권리를 침해하고 국가 기관의 과도한 금융 권력 남용과 디스토피아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사설 소비자 은행권도 암호화폐 도입에 우려를 표한다. 현금 폐지∙디지털 화폐로의 이행과정에서 은행에 현금을 보유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질 경우 부분지급준비제(fractional reserve banking)로 운영하는 시중 은행들이 지불준비를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