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런던 방문 첫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지 못한 것을 놓고 여야 공방이 한창이다. 꼼꼼하지 못한 탓에 조문을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더라면 그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의 공세를 탓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대통령의 순방 때마다 정쟁으로 일삼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이는 여야의 대화 부족으로 본다.
야당은 호재를 만난 듯 하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이 대통령실 '외교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연이틀 공세를 퍼부었다. 나아가 '조문 취소' 논란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안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임오경 대변인도 "대통령의 조문 외교에 '조문'이 빠지는 참사가 벌어져 외교 홀대론까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강도가 더 세졌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다른 나라 정상들은 교통이 혼잡해도 걸어서라도 조문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데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조문의 현장에 안 계신 것"이라며 "이건 사실 외교 참사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은 당초 윤 대통령의 조문이 계획됐던 영국 웨스트민스터홀 일대 지도와 윤 대통령 순방 일정 가안까지 본회의장 화면에 띄워놓고 조문이 취소된 구체적 경위를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웨스트민스터홀까지 도보로 이동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하며 "웨스트민스터홀에서 (리셉션이 열린) 버킹엄궁까지 0.8마일로 (우리 기준) 1.2km이고, 도보로 16분 거리"라며 왜 윤 대통령이 도보 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어떻게 (도보로) 움직였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이 반박하기 궁색하게 됐다. 사실 이럴 땐 실수를 인정하는 편이 낫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니까 모양이 더 우스워진다. 특히 외교에서 실수 반복은 국격을 떨어뜨린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더욱 유념해야 한다. 야당이 대통령을 때리는 것은 좋다. 그러나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일 때는 정쟁을 삼가왔던 게 그동안의 관례이기도 하다.
오풍연 논설위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