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MBC 보도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을 공개 비판한 것. 그 자료는 MBC가 처음 보도했다. 둘이 공유했음을 의심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MBC 보도 이전에 유튜브 영상을 봤다고 주장한다. 과연 유튜브 영상만 보고서 이 같은 주장을 펼 수 있을까. 여권이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앞장 서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시점은 (22일) 오전 9시33분이고 MBC의 관련 보도 시점보다 34분이 빠르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대국민 보이스피싱, MBC가 미끼를 만들고 민주당이 낚시를 했다"고 촌평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MBC를 향해 "(윤 대통령 워딩에) 자의적이고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지적했고, 전주혜 비대위원도 "부정확한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처사"라고 거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당시 윤 대통령 옆에 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우리 국회가 잘 협조를 해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전후 맥락"을 들어 "MBC가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편집)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다.
잡음 탓에 뚜렷하게 들리지 않지만, 맥락상 '이XX들'이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나라 야당을 지칭했으리라는 게 분명한데도 MBC가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넣어 시청자의 인식체계를 왜곡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처럼 'MBC의 잘못된 보도에서 이번 사태가 발단했다'는 여권 주류의 시각은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이날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발언 논란에 대한 질문에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그와 관련한 나머지 이야기는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MBC와 민주당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예고케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5일 열렸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가짜뉴스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려서 어려운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민생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야가 강대강 대결을 벌일 공산이 크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오풍연 논설위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