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고 ‘줄줄’ 새는데…기재부-한은, 한·미 통화스와프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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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고 ‘줄줄’ 새는데…기재부-한은, 한·미 통화스와프 엇박자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07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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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미 재무부와 통화스와프 논의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통화스와프 '저자세' 비판
한은, 피마 레포도 "도움 안 돼"...외환방어막 부재
사진 왼쪽부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출처=기획재정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1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가운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며 논란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미 재무부와 잇단 접촉을 통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도입을 둘러싼 부정적인 입장을 시장에 견지하고 있다. 일방적 달러강세로 인해 일어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체결 조건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저자세”로 무리하게 요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보완책으로 ‘피마 레포’ 도입 목소리가 나오나 한은은 이마저도 부정적 입장을 내고있다.


기재부 “미 재무부와 도입 논의”…한은 “내부적으로 해결하자”


[출처=기획재정부]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여 년 만에 1440원을 돌파하는 등 외환위기가 고조된 영향이다. 지난달 3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재무부 재닛 옐런 장관과 컨퍼런스콜을 갖고 한미 통화스와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두 장관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유동성 경색확산 등에 따른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재확인하고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재부의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행은 통화스와프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8월 통화정책회의 후 간담회에서 “‘자꾸 통화 스왑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통화 스왑으로 통화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같이 절하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외환시장 안정 방안엔 한·미 통화스와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현재는) 1997년, 2008년 위기와 달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없이도 위기를 해결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보험(통화스왑)으로 해결하기보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밝혔다.


외환보유액 ‘줄줄’ 샌다…한국은행, ’피마 레포’ 도입도 부정적


[출처=Unsplash]

이 총재가 통화스왑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배경에는 실상 스왑체결이 어려운 상황이 존재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국내 달러시장 유동성이 높으며 통화스와프 체결조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 부총리가 관련 질의에 "결론은 상세히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낀 이유다.

이 총재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듯 지난달 국회 기재위 회의에서 “연준의 통화스와프 전제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통화스왑이 아닌 FIMA(피마) 레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마레포는 미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는 환매조건부 대출이다. 지난해 7월 상설화되면서 필요시 보유증권을 활용해 즉각 달러조달이 가능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원은 “연준과의 통화스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각한 자금경색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 조건이 까다로워 통화스왑 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 중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기에 피마 레포 활용 시 상당한 규모의 달러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5일 “외환보유액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내용”이라면서 “미국 국채 시장은 현재 원활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시장 교란이 있다면 연준과 협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체결을 염두해두지 않는 뉘앙스를 드러냈다. 지난 8월 이 총재도 피마레포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통화스왑, 피마레포에 앞선 외환 일차 방어막인 외환보유액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196억6000만 달러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환율방어에 따른 지출으로 2008년 10월 이후 13년 여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한국은행 측은 여전히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백브리핑에서 한은 관계자는 “8월 중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도 크게 외환보유액이 줄었다.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경제를 묘사하는데 별로 적절 해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두고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와 국내총생산(GDP) 비중에서 한국은 27%로 가장 낮다. 경제 규모에 연동되는 외환보유고를 놓고 세계 9위라고 말하기보다는 GDP 대비 비율로 외환보유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가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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