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쏠림・핸들・소음・마감처리...결함 줄줄이 쏟아져
해결 매뉴얼 없는 자동차 판매에 소비자만 ‘발 동동’
한국지엠이 쉐보레 볼트 EUV의 결함 문제와 이에 대한 고객 불편 부실 대응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GM의 전기차 대중화 가속화 시도는 있지만 아직 준비가 미비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8월 자동차를 받은 A씨는 “마구잡이로 차량은 팔고 있으나 전기차 대응 방법에 대한 내부 매뉴얼조차 없는 것 같다”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한국지엠은 지난달 10월 수출과 내수 실적이 동시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최대 실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모델 ‘볼트 EUV’는 지난 4월 고객 인도를 시작해 올해 10월까지 1859대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10월 한 달에만 이중 절반 수준인 908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차량을 보급하기만 할 뿐 자동차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결함에 대한 책임이나 대응 없이 미온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트 EUV 차주 A씨는 “출고하고 얼마 안 되고부터 차가 이상해서 찾아보니 이미 똑같은 이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내용을 공유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걸 왜 소비자의 차원에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우는 차에 “이 정도면 그냥 타세요”...서비스 센터 ‘모르쇠’
이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차량 쏠림’ 현상과 ‘핸들 문제’이다.
도로의 특성상 일부 구간에서 차량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모든 도로, 특히 고속도로에서 주행 시 자동차가 좌측 혹은 우측으로 쏠린다는 것이 차주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쏠림 현상이 있는 차를 운전하고 나면 팔과 어깨에 피로도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주장하면서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에 더해 핸들이 틀어져 있는 차량도 많았다. 틀어진 핸들 때문에 직진으로 가기 위해서는 핸들을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여야 차가 똑바르게 나가는 상황도 발생한다.
A씨 또한 차량 출고 직후부터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 핸들에 큰 힘을 주지 않으면 평지에서도 차량이 왼쪽으로 쏠렸고, 당연히 고속 주행 시 쏠림은 더 심했다. 핸들도 정렬하면 차가 좌측으로 갔기에 각도를 살짝 틀어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전에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했었는데 이건 그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운전할 때 차량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공조 장치나 오디오,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일도 위험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비스 센터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 본사 방침상 일정 주행거리까지는 차량 학습 구간으로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A씨는 운전 피로도가 계속돼 조기 해결을 요청했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차량 학습구간인 주행거리 800km를 채우고 A씨는 서비스 센터에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서비스 센터가 얼라인먼트(타이어가 틀어졌을 때 가지런히 정렬하는 교정 작업)와 핸들 보정 작업을 진행해준 이후에도 증상은 동일했다.
이후 A씨는 다른 지역에 방문해서 확인을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확인해봤지만 쏠림은 없다”며 “한번 정비를 했으니 이 정도는 그냥 타시라”고 말하며 오히려 A씨를 유별나게 구는 사람으로 몰아갔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수차례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고 리콜센터와 소비자원에 사건을 접수한 끝에 A씨의 차량은 결국 지엠 기술연구소에 맡겨졌지만 이후에도 크게 개선된 부분은 없다.
또한 A씨는 “차에 문제가 있었는데 아직도 왜 문제가 발생한 건지 원인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네 작은 가게도 사소한 문제가 있을 때 친절하게 대응하는데 대기업의 수천만원짜리 물건의 결함을 대하는 방식이 굉장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C씨 또한 “차량 쏠림은 진짜 리콜돼야 할 텐데 큰일이다”라며 “국내 출고된 볼트 EUV의 최소 20%는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핸들은 틀어진 것에 더해 돌릴 때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출고 이후 가장 많은 차주들이 겪는 증상 중 하나다. 핸들을 돌릴 때마다 경미한 소리가 나는데,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는 차량 대시보드를 다 뜯어내야 한다.
C씨는 “처음엔 안 났는데 주행거리가 늘면서 핸들을 작동할 때 ‘뚝뚝’ 소리가 난다. 신차를 산지 얼마 안 돼서 차량을 분해하고 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상으로 해준다고 해도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며 차량 구매를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기다리나”...인생 첫 차 구매하고 대차 탄다
생애 첫 차를 구매한 B씨는 차량을 인도받고 한껏 들떴지만 차량을 받은 당일 ‘엔진 출력 저하’ 메시지가 뜨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바로 서비스 센터에 갔다가 수리를 받고 일주일 정도 차를 다시 탔지만 또다시 동일한 증상은 반복됐다.
하지만 서비스 센터에서는 11월 중순쯤 미국에서 프로그램이 와야 수리가 가능하며 해줄 수 있는 것은 대차 서비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에서 온다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유선상으로 설명을 했기 때문에 관련해서 줄 수 있는 정보나 서류는 없다고 했다.
B씨는 “자기들도 차를 정비소 한쪽 구석에 박아두고 있다. 내 차를 탄 시간보다 못 탄 시간이 더 긴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환불도 배터리 교체도 요구했지만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B씨는 강성 고객으로 분류됐는지 몰라도 지역 담당 고객관리 팀장도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가장 화난 부분은 고객에 대한 응대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전기차 출고’였다.
B씨는 “가장 당황스러웠던 게 서비스 센터 측에서도 스캔을 해서 고장 코드가 나오면 그 사진을 찍어서 본사에 보내는 것 말고는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사람도 없고 전기차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더라”라며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차를 출고한 게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쉐보레 전기차 볼트 EUV와 볼트 EV는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사전 계약을 시작했지만 화재 우려에 따른 본사의 자발적인 리콜 조치로 출시가 잠정 연기됐다. 이후 교체 대상인 배터리 팩 수급 문제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고객 인도는 해를 넘겼다.
쉐보레가 첫 전기 SUV를 내놓으면서 일부 고객들은 1년 넘게 신차를 기다렸지만 허무하기만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회사 쪽에서도 인지하고는 있는데 해결책이 완전히 찾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할지라도 기존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다양한 변수를 생각해서 사전에 충분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본전은 출고 그 이후부터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결함은 단순히 운전자가 불편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로 위에서 갑자기 위험한 일이 연출될 수도 있는 문제다”며 “오히려 그런 케이스를 알려주는 고객에게 감사할 일로 생각하고 빠른 해결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