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에서도 샤오미·모토로라 점유율 넓혀
-“MZ 중심으로 삼성폰 입지 흔들리는 경향 커”
-“트렌드 민감한 젊은층 신뢰 회복 집중해야”
스마트폰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를 보유한 한국은 참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불운이기도 했다. 삼성폰에 길든 소비자들은 그 익숙함 때문에 선택권을 잃어버리게 됐다.
일상 속 스마트폰의 역할이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결제부터 교통, 루틴의 모든 것들이 삼성이 만든 갤럭시 생태계 속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러한 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살던 사람이 갑자기 미국으로 이주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삼성의 최대 경쟁사 애플도 굳이 한국 시장을 건드리지 않았다. 시장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이미 삼성이 강력하게 지배 중인 철옹성을 뚫어보자고 피 흘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애플의 태도가 달라졌다.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진심’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애플이 한국을 중국, 일본과 비교해 시장 규모는 작아도 글로벌 영향력이 높은 시장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삼성폰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보니 최근 GOS 사태처럼 한국에서 어떤 이슈가 생기면 그대로 글로벌 시장에도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페이다. 그야말로 애플의 초강수로 평가된다. 애플도 그간 삼성페이가 갤럭시폰 유저들의 발을 묶어놓는 중요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선뜻 맞대응할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애플페이가 가능해지려면 매장 내 NFC(근거리무선통신) 카드 결제 단말기가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국내 대부분 카드 결제 가맹점에서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단말기를 사용하다 보니 결국 서비스를 위해서는 애플이 직접 카드사들에 돈을 들여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200만개 카드 가맹점에 NFC 결제 단말기를 구축할 경우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애플의 결단으로 곧 국내에서도 애플페이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삼성페이가 나온 지 7년여 만이다.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애플은 올해에만 국내 오프라인 매장 ‘애플 스토어’를 두 곳 추가 오픈했다. 이제 총 네 곳이 운영된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판매량 증대 효과를 기대하는 것 외에도 큰 의미를 시사한다. 제조사 주관으로 진행되는 여러 프로모션과 이벤트, 사후 서비스 강화 등 애플을 선택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적극적인 구애에 따라 효과도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래픽 분석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4.1%로 집계됐다. 매번 6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50%대로 떨어졌다.
이동통신업계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최근 꽤 많으며, 특히 프리미엄폰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이러한 경향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때문에 통신사에서도 아이폰 신제품이 나올때마다 마케팅 투자 비중을 좀 더 늘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플래그십폰 시장에서 애플이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면, 국내 중저가폰에서는 중국과 일본 브랜드가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올 3분기 샤오미·모토로라 등 해외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3%로 아직 미미하지만, 전년 동기 1%였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는 삼성폰의 입지가 크다. 그러나 이 단단한 벽도 보수를 게을리했다가는 한순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MZ세대 고객층을 사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삼성폰의 입지가 흔들리는 경향이 크다”라며, “삼성은 폼팩터 변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MZ세대가 무조건 새롭다고 다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건, 결국 제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브랜드 신뢰와 평가를 중요 요소로 생각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본기, 가격 경쟁력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