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조달 아직 문제없지만 ‘셧다운’ 가능성도 높아
-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vs 화물연대 삭발투쟁 첨예한 대립
- 산업계 덮친 도미노 파업…“장기화 시 휴업 고려하겠다” 속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가 9일째에 접어들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2차 협상도 결렬되며 사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공장에서는 카캐리어가 아닌 임시 번호판을 단 신차가 줄줄이 빠져나오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직원들을 동원해 차량 탁송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차량 출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파업에 이어 이번에도 직접 차를 운전해 차량을 출고하는 ‘로드 탁송’을 임시방편으로 내놓았다.
통상 신차 탁송에는 차량 여러 대를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카캐리어가 쓰이지만, 카캐리어 운전원 대다수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신차 출고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1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차 탁송 인기 폭발’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오자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진에는 수백 명이 탁송 알바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서 해당 공고를 공유하기도 했다.
공고에 따르면 해당 업무는 임시 운행허가증을 발급받은 기사가 일당을 받고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출하장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탁송하는 일이라 운전만 하실 줄 알면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당은 거리에 따라 24~27만원으로, 일용직 업무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기존 운전직 업무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울산 사람만 되나요?”, “한번 해보고 싶다”, “좋은 정보 공유해줘서 고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로드 탁송을 시행하지 않으면 공장에 물량이 계속 쌓이게 되고, 자칫 생산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로드 탁송에 동의한 고객에 대해 차량을 배송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의 구매’라고 일침을 가했다.
차량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 또한 이에 대해 “새 차를 구매했는데 중고차를 받게 생겼다”며 “다른 사람이 먼저 운전대를 잡는 것이 싫다. 자기 차가 아니니 막 다룰 수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출고센터까지 거리를 고려하면 누적 주행거리가 이미 100㎞를 훌쩍 넘는 일도 다반사다. 현대차는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을 제공하며 차량을 배송하고 있지만 큰돈을 주고 차량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로드 탁송을 거부하고 이후에 받을 수도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차 후순위 계약자에게 순번이 넘어가기 때문에 이미 차량을 받기 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하거나 직접 가서 차량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월 파업으로 현대차 공장은 부품이 제때 납품되지 않아 6000대에 달하는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부품을 공장에 재고로 보관하지 않고 생산라인의 가동률에 맞춰 즉시 납품을 운송 받고 차량을 생산하는 형식이라 상황이 장기화되면 조업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