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통형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경쟁력 확보
- 美 시장 커지는데…완성차 업계 합작 가능성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더딘 성장률을 보이는 삼성SDI가 2030년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배터리는 특이하게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장려하고 있어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안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삼성SDI는 소극적인 투자 행보로 인한 업계와 시장의 우려에도, 느리지만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SDI는 그들만의 속도로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2030년 글로벌 탑티어로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이라는 3대 경영방침을 앞세우면서 삼성SDI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경영방침은 삼성SDI를 올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경쟁사와 달리 기술력과 품질을 중심으로 Gen 5 등 고부가, 원통형 전지에서 매출을 확대하면서 실적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통형 배터리는 그동안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밀리면서 한물간 배터리로 저평가됐지만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전기차 배터리 하면 각형이나 파우치형을 많이 썼지만 테슬라에서 사용하고 스타트업이나 여러 업체가 새롭게 원통형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현재 천안 사업장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세렘반 공장에 1조 7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SDI는 미래 준비를 위한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과 협약을 맺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우수한 연구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POSTECH, 서울대, KAIST, 한양대 등과 배터리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성균관대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학·석·박사 장학생을 선발하고, 선발된 장학생들은 삼성SDI 입사를 보장받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성균관대와의 협약식에서 “2030년 글로벌 탑 티어 회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과 사람이므로 미래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IRA 등으로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이 국내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삼성SDI와 굴지의 완성차업체 간 합작 소문도 무성해지고 있다.
볼보, GM, 포드, BMW 등이 웬만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도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발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추후에 협상을 하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 것 외에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고부가 중대형 전지 비중 확대에 힘입어 내년에도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내년 전기차(EV) 중심의 배터리 매출 증가로 올해와 비교해 전체 외형이 20.2%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17.3% 늘며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BMW, 폭스바겐 등 주요 고객사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Gen5 등 고부가 중대형 전지 비중 증가로 2023년 경기둔화 우려에도 양호한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