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반응 '싸늘'...법정최고금리 인상 주장
대출길이 막히며 정상적인 경로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 대출 재개를 주문한 가운데, 2금융권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은 한계치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2금융권이 재출을 재개해야만 서민들의 자금난이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저신용 취약 차주들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4986건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만 6785건이 접수됐다.
이는 저신용자 차주들이 대출 경로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2금융권이 대출을 중단 혹은 축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금융권에서 대출 심사가 거부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의견이 뒤를 따른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지난해 말 106만7005명에서 올해 9월 말 96만8688명으로, 9만8317(9.2%) 줄었다. 대출잔액 역시 지난해 말 8조4578억원에서 지난 9월 말 8조373억원으로 4205억원(5%) 감소했다.
특히 전체 감소 인원의 72% 신용점수 300점대 저신용자였는데,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 점수대 저신용자는 7만832명(16%)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대부업계가 신규 신용대출 취급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 업체의 경우 이미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고, 지난 26일엔 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도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2금융권이 대출취급을 중단한 사례를 놓고 금융권의 유연한 대응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이 있으나, 대출취급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금융권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출취급을 중단하기보다는 여신정책에 따라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거나,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의 은행권 차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도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불법사금융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해 엄정 대처해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2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신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달 금리가 연 8%대까지 급등하면서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나 신규 대출을 늘리기가 어렵다"면서 "법정 최고금리인 연20% 이내에서 수익을 내는 일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정최고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20%인 법정최고금리를 대부업법에서 정한 27.9% 이내 범위 안에서 올리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선 지금도 법정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에선 올해 7월 이재명 위원, 여당에선 지난해 12월 서일준 의원이 대표발의해 최고금리를 하향 조정하거나 최고금리를 초과할 경우 이자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법안을 내놓았다.
더불어 법정최고금리를 올리려면 대부업법 시행령을 바꿔야한다. 지난 2020년 11월 법정최고금리를 내릴 때도 국회의 용인 하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정치권이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당부를 받아들여 신규 대출을 다시 재개할 것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법정최고금리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시장 금리에 따라 바뀌는 연동형 법정최고 금리제를 도입하는 일도 정치권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