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증거 부족일 뿐 결백 증거 아냐”
교보생명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분쟁과 관련해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풋옵션 행사가격을 적용한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교보생명 측은 유감을 밝힌 한편 항고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3일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 1명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치평가 업무에서 평가자와 의뢰인이 논의를 주고받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평가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발행이 안진 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이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에 비춰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2020년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안진 회계사들 및 어피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두 기관이 의도적으로 풋옵션 가격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교보생명 측은 풋옵션 행사일이 2018년 10월 23일인데도 평가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공정시장가치(FMV)를 2018년 6월 30일 기준으로 산출해 고의로 가격을 높게 측정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교보생명과 FI는 상장을 조건으로 지분 24%, 총 1조2054억원 어치를 양도 및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상장이 실패하면서 지연되자 FI는 2018년 신회장을 상대로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높은 풋옵션 가격에 응하지 않았고 어피니티는 국제 소송을 걸었다. 지난 2021년 국제상업회의소(ICC)는 풋옵션 가격이 무효하다는 취지의 판결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국내 법원은 이번에도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이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 후 제공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짜고 풋옵션 가격을 의도적을 부풀렸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결코 이들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검찰과 교보생명이 상소의견을 피력한 만큼 치열한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