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4분기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유동화증권 관련 1심 결과가 뒤집히면서 500억원대 배상액을 가지급한 영향이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승소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한화증권의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전년 대비 133%(1917억원) 감소한 -476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9%(1649억원) 하락한 438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등 본업에서 수익이 위축된 영향 외에도 연초 CERCG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배상액 560억원을 공동 가지급한 배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현대차증권 등 5개사(하나은행·부산은행·KB증권·BNK투자증권)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두 증권사가 판매한 CERCG캐피탈 유동화증권(ABCP)이 부도된 탓이다.

이들 투자사는 두 증권사가 현장실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주장했다. 총 소송금액은 1130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이 별도 진행 중인 소송액수를 더하면 총 1700억원에 이른다.

법원은 지난 1심에서 기관투자자 간의 사모거래에서 주관사의 투자자보호 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 1월 열린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는 “자본시장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증권의 사모거래 인수인에 대하여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자본시장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증권의 사모거래의 경우 주관사의 의무와 책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사 내지 조사의무를 소홀히 했고 특히 이 사건의 ABCP 기초자산인 회사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원고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지급금은 청구금의 50%다.

한화증권은 이에 불복해 지난 3일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승소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분해 원고에 대한 피고의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법리가 2심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같은 달 모회사 한화자산운용과 CEO를 맞바꿨다. 새 대표이사로 한두희 대표가 내정됐다. 자산운용, 보험사 등의 업무를 두루 맡아본 경험이 있는 만큼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선임배경을 밝혔다.

엇갈린 2심 결과로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의 별도 소송방향까지 어두워진 가운데 한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현대차증권 등이 50% 지급 판결에 불복해 먼저 상고를 제기한 만큼 배상금액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면 2017년부터 재임한 권희백 대표는 한화자산운용 대표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관련 책임을 덜게 됐다. 17일 오후 2시 기준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31일 실적 발표 이후 5.9%(200원) 하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인정한 만큼 이를 다시 뒤집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남아있는 소송 건에 대해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