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발표 예정…“전환의 해 될 것”
국내기업 대응 미비…“걸음마 단계”
“2023년은 ESG 공시 전환의 해(Pivotal year)가 될 것”
-EY 글로벌 마미로르 델라루 부회장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현지시각 16일 열린 회의에서 지속가능공시 초안을 확정 지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을 비롯한 G20(주요 20개국) 국가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최종 검토 및 반영한 결과다. 올 상반기 표준발표를 앞두고 “ESG 공시 전환의 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종 발효시점은 2024년이나 최대 1년간 유예기간을 제공하는 만큼 첫 공시는 2025년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발간 의무가 도입되는 해인 만큼 국내기업들의 ISSB 보고가 눈에 띌 것으로 예측된다.
ISSB 에마뉘엘 파버 의장은 “우리는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에 관해 공통 언어를 만들어 달라는 자본시장과 G20 국가에 응답하고자 노력했다”며 “투자자들이 투자 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규제기관과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B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지난해 초 글로벌 공시규준을 만들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단체는 지난해 3월 '일반 지속가능성(S1)'과 '기후변화(S2)'로 이뤄진 공시초안을 발표하고 한국을 비롯한 G20 국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ISSB 측은 피드백 과정에서 논란이 된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표준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은 ESG 보고서를 재무제표 공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국내기업의 경우 대부분 7~8월에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만큼 관련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연구원은 “ISSB의 ESG 공시는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공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요구한다”며 “반기 실적 공시를 6월에 하는 기업은 2025년 6월부터 (ISSB 표준 ESG 보고서) 공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기업은 전 공급망을 아우르는 탄소배출량(‘Scope3’)을 공개해야 한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상당한 기업 부담”이라며 해당 안에 대해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ISSB는 1년 자율공시라는 유예기간을 뒀다.
김 연구원은 “Scope3 공시의 경우도 한시적이지만 자발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열어둔 것도 부담을 조금은 경감시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ISSB 창립을 지지한 만큼 발 빠르게 도입을 준비해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를 ISSB 초대위원으로 선임하도록 추천했고, 공식 자문기구인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공동 출범했다.
지난 2021년 초에는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2030년부터 보고대상은 전 코스피 상장사로 확장된다.
민간 부문에서 대응도 활발하다. 지난 6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한국TCFD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발족일 기준 참여기관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삼성SDS, KT 등 금융·비금융업권 총 55곳이다.
ISSB가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를 기반으로 한 만큼 관련 공시역량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다. ISSB 측은 공시대응 방법은 묻는 질의에 “(TCFD 등을) 적용하려는 노력은 향후 IFRS 표준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들 자료를 기반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크다. 법무법인 지평 기업경영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100개 기업의 TCFD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공시율은 23%로 조사됐다. TCFD가 권고하는 공시항목 5개 중 단 1개 만을 보고하고 있는 셈이다. ESG 공시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아직까지 대응역량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진단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SSB가 추진하는 내용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맞다. 재무, 비재무공시는 지금과 달리 신용평가 등을 위해 동일한 시기에 해야 한다”며 “다만 이 기준에 완벽히 준비된 곳이 있냐 하면 단언컨대 없다고 본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